정해진 시간은 5분, 그 안에 교육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어필하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수많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의 삽입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어려운 사명을 부여받고 소임을 다해왔다. 이른바 ‘TV 유치원애니메이션’은 의도했건 안 했건 새내기 제작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곳이다. 애니메이션이 소개되는 방송 채널이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5분 시리즈는 따져보면 꽤 된다. 비슷한 형식에 비슷한 주제, 언뜻 별반 다를 것 없을 듯한 이들 작품은 의외로 막강한 개성을 자랑한다. 만든 곳, 만든 사람이 모두 다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2002년 9월부터 12월까지 KBS TV유치원을 통해 방영된 26부작 5분 클레이애니메이션 <궁금해요 핑퐁> 역시 ‘교육적인 내용을 재미있게’라는 사명을 짊어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호기심 숲속에 사는 파란 토끼 핑과 분홍 토끼 퐁을 주인공으로 하는 <궁금해요 핑퐁>은 일단 만화적인 연출이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다. 말풍선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눈물이나 땀방울이 강조되는 것이 영락없는 만화의 기법.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이 일일이 연기를 할 수 없을 때는 부조의 기법도 도입된다. 언뜻 봐서는 클레이가 아니라 종이로 만들어진 컷 아웃 애니메이션처럼 보일 정도다.
<궁금해요 핑퐁>의 개성은 만화의 재미를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자연스레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호기심 많고 궁금증 많은 핑과 퐁, 그리고 언제나 홀연히 나타나는 에디슨 박사(사실은 거북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갈수록 탄력을 받아 주변 인물도 늘어나고 재미도 더해간다.
또 하나의 매력을 말하자면 바로 음악이다. 사운드뱅크가 담당한 음악은 하루종일 입 안에서 맴돌 정도로 친화력이 강하다. 게다가 효과음을 선택한 기막힌 감각이라니. 공포스럽고 놀라운 상황에서는 <사건25시>나 <죠스> <수사반장>을 연상시키는 음향이, 절박한 상황에서는 <운명> 같은 클래식이 사용된다.
캐릭터들이 판에 박힌 천사표가 아니라 감정 표현에 솔직한 점도 매력적이다. “미워! 싫어!”를 예사롭게 외치는 주인공들이 현실적이다. 아쉬운 건 남자임에 분명한 파란 토끼 핑과 여자인 게 분명한 분홍 토끼 퐁의 역할분배다. 대부분 핑의 주도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퐁은 문제를 만들거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어른이건 아이건 <궁금해요 핑퐁>을 보는 동안 부족했던 상식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낮과 밤은 왜 생기는지, 바람은 어떻게 부는지, 천둥과 번개는 왜 치는지, 꽃은 왜 피는지, 또 하늘은 왜 파란지…. 구체적인 원리를 묻는 조카라도 있었다면 큰일났을 뻔했다는 각성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상식공부를 했다.
<궁금해요 핑퐁>을 만든 클레이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 이미지 플러스(www.clayanimation.co.kr)는 그동안 <미루의 환상여행>을 비롯해 각종 CF를 제작해온 곳이다. 현재는 26편 중 18편이 2개의 비디오로 출시된 상태. 김일림/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