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은행에 들어가 계좌를 만들고 경품으로 총을 받아 나온다. 미시간주(혹은 미국)에서 총을 구입하기란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이클 무어는 미시간주 출신이라는 자신의 개인적 배경을 바탕으로, 과연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이 일어났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사회적으로 따져 묻는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곳을 찾은 총기 애호가이자 영화배우인 찰턴 헤스턴을 찾아가고, 모든 매체들이 하나같이 그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마릴린 맨슨을 인터뷰하고, 그곳 출신의 테러 용의자를 방문하고, 컬럼바인 고교의 피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고, 총알을 판매한 K마트에 항의성 방문을 한다.
■ Review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의 범인 에릭과 딜런은 그날 아침 볼링을 쳤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그래서 붙은 제목이다. 아마 “볼링치던 손맛이 남아서 방아쇠를 당긴 게 아닐까”. 마이클 무어는 이 사건의 책임을 엉뚱한 원인으로 돌리고 있는 각종 매체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 또한 ‘말 안 되는 이유’로 맞서며 영화를 시작한다. 록음악 가수 마릴린 맨슨이 이 학생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면, 볼링 치던 손맛은 왜 이유가 되지 않느냐며 되묻는다.
마이클 무어는 이미지와 실재를 분리해내기를 제안한다. 무대 위 록음악 가수 마릴린 맨슨의 이미지와 실제로 전쟁놀이를 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부시 중 누가 더 책임이 크겠는가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마이클 무어는 각각 다른 원인, 다른 행위에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과 인물들을 자신의 주변적인 영역의 끈으로 하나둘씩 엮어내기 시작한다. 미시간주 출신의 자신, 어릴 적 이곳에 살았던 컬럼바인 사건의 범인 에릭, 자신과 고교동창생이며 오클라호마 테러의 주범인 제임스 니콜스, 도시 외곽의 핵무기 생산공장 로키 플랫. 철저하게 귀납적인 추적의 궤도를 따라 총체적인 원인규명의 망이 형성된다. 그럼으로써 총기의 역사, 공포의 역사, 침략의 역사로 대변되는 미국의 역사가 반추된다.
이 과정에서 단연코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마이클 무어 특유의 ‘뼈있는 농담’이다. 이 영화의 날카로움은 재치와 과장으로 똘똘 뭉쳐 정말 ‘재미있는 순간’, 그리고 비상식과 상식이 충돌하며 생겨나는 ‘어이없는 순간’이 영화 안에서 몽타주의 긴장감으로 치고받을 때 생겨난다. 이렇게 깔깔대고 웃어도 괜찮은 걸까, 라고 멈칫할 때 다시 영화는 스크린을 벗어나 행동을 옮긴다. 찰턴 헤스턴을 찾은 마이클 무어의 다소 역겨운 정서적 ‘조작’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내 K마트의 총알판매규제조치라는 실정적 약속을 받아낸다. 이 점이 바로 이 영화의 웃음에 대한 정당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