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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 <미소>
2003-04-12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미소>(제작 미소필름)의 스태프들은 감독과 프로듀서를 비롯해 상당수가 여성들이다. 하지만 여성영화제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보다는 추상미가 맡은 주인공 '소정'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고 있고 그만큼 여성 캐릭터가 섬세하게 묘사돼 있기 때문인 듯하다.

소정은 현실적이거나 일상적이지 못하고 그저 미인 아니면 요부, 혹은 커리어우먼 식으로 흐릿하게 묘사돼 있는 다른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영화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소정의 여정을 '튜블러 비전', '가족', '미소', '비행' 등 네 가지 제목으로 구분해서 보여준다.

소정은 시야가 점점 줄어들어 튜브처럼 좁혀지는 병인 튜블러 비전에 걸려 있다. 우리말로 망막색소변성증이라고도 하는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점점 시각이 좁혀지다가 결국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눈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사진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는 것은 그녀의 표현대로 "말도 안되는 일". 소정은 같이 유학을 떠나기로 했던 남자친구 지석(송일곤)에게 그만 만날 것을 선언한다.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고향을 찾은 소정. 고향집은 편안한 듯하지만 언제 불화가 드러날지 모르게 불안하기도 하다. 점쟁이의 조언대로 증조부 묘에 자란 두 그루의 나무를 벤 어느날 소정의 가족들은 다투게 된다.

소정은 고향을 떠난 뒤 자신이 찍은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초점이 빗나간 것을 발견한다. 그가 사진작가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던 중 지석은 혼자 미국으로 떠난다. 어느날 친구와 함께 경주에 간 소정은 오래된 고분 속에 들어가 온통 어둠뿐인 이곳에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을 느낀다.

비행강습소를 찾은 소정. 그녀는 그곳의 창고에 머물며 비행술을 배운다. 앞은 점점 흐릿하게 보이고 시야도 좁아지던 중 교관이 외출한 어느날 그녀는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몬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의 머리 속은 복잡한 관념으로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점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망한 여주인공이 삶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관념적이며 철학적으로 '깊이'를 가지고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추상미의 연기도 자칫 깊이를 부담스러워할 관객들의 몰입을 쉽게할 만큼 안정돼 있다.

<우중산책>, <세 친구> 등에서 임순례 감독의 조감독을 맡은 박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임순례 감독은 프로듀서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꽃섬>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또다른 감독 송일곤은 추상미의 상대역인 '지석'으로 출연한다. 총 4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됐으며 제작사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알린 후 올 후반기 중 극장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