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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러브 인 맨하탄>
2003-03-18

뻔한 신데렐라 얘기인데 기분 좋은 건 왜일까?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뻔하다.(이 말도 뻔하다!) 하지만 가끔 자신의 색깔로 그 공식을 따뜻하게 변주한 작품을 만날 때가 있으니, 온갖 ‘신데렐라 스토리’의 구성요소를 갖춘 <러브 인 맨하탄>(원제 Maid in Manhattan)은 의외의 기분좋은 선물과 같은 영화다.

라틴계에 10살난 아들을 둔 호텔 청소부 마리사, 할리우드와 빌보드차트를 동시에 석권하는 스타 제니퍼 로페즈가 이 역할이니 해피엔딩은 걱정할 필요 없다. 실제 뉴욕 브롱크스에서 가난한 푸에르토리코계로 자라난 로페즈는, 브롱크스에 사는 가난하지만 줏대있는 마리사역에 더할나위 없다. 폭넓은 연기를 구사해온 랠프 파인즈가 상원의원에 출마예정인 뉴욕의 인기 정치가 크리스토퍼 마샬을 선한 얼굴로 완벽하게 연출해냈다. 청소 파트너인 친구의 성화에 고객 방에서 값비싼 돌체&가바나 옷을 입어보던 마리사는 10살 답지 않게 정치에 빠삭하고 닉슨을 좋아하는 아들 타이가 끌고 온 정치가 크리스토퍼를 만나게 된다. 악의없이 시작된 소극적 거짓말로 이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머뭇거리는 마리사에게 “너는 우리의 꿈이야”라고 호텔동료들이 말했듯이, 우리 또한 오늘 꿈을 꾼다. 따뜻한 온기로 마법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조이럭 클럽><스모크>의 웨인 왕 감독이다. 요술할머니처럼 마리사를 꾸며서 파티에 내보내는 호텔 동료들의 정겨운 모습이라든가, 화려한 호텔 몇블록 건너 자리잡은 낡은 브롱크스의 놀이터, 밥 호스킨스 등 조역들의 조화는 이 로맨틱 코미디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랑을 향해서만 전력질주하지 않고 주변의 삶과 어울려 자신의 삶을 다잡는 주인공들 덕에, 영화는 진부한 계급상승의 이야기(<프리티 우먼>!)라기 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된다. 21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