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록수>로 제56회 칸영화제의 회고전(Restoration Program)에 초청된 신상옥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61년 작 <상록수>는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하는 남녀의 순애보를 그린 작품으로 신상옥 감독의 부인인 최은희와 신영균이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으로 둥장했고 허장강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신감독은 가지런히 빗어 넘긴 머리에 검정 정장, 선글라스 차림으로 부인 최은희씨와 함께 회견장에 나타났다.
칸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에 대해 신감독은
"<상록수>는 오락성 뿐 아니라 사회성도 있는 영화"라며 "기법도 좋지만 진실성 있는 내용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28일 개교식을 여는 안양 신필름 종합예술학교의 개교식 준비에 몰두해 있는 그는 신구, 김지숙이 출연하는 <겨울이야기>의 제작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 <징기스칸>을 준비하고 있는 등 영화 현장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현직에서 일하겠다"는 것이 감독의 각오.
다음은 신감독과의 일문일답.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경위를 설명해달라.
▲2년 전 부산영화제 때 회고전에서 <상록수>가 상영됐고 뉴욕과 도빌영화제에서도 초청됐다. 이 세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본 칸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졌고 초청사실을 통보받았다. 회고전을 편히 생각하고 거절하지 않은 것은 진실한 소재가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상록수>를 대표작으로 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는 상업성이나 오락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성이 있어야 한다. <상록수>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것은 영화에 담겨있는 진실 때문이다. '오버랩' 하나 변변히 없고 당시 50㎜ 렌즈 하나로 촬영을 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특징을 잘 살렸고 이것이 영화의 기교적인 장점이 된 것 같다.
--칸 영화제에는 처음 출품됐는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작품으로 칸과 인연을 맺은 적은 없었다. 예전에 <연산군>이 출품될 뻔 했는데 북으로 잡혀간 후 흐지부지됐고 북에서 만든 <탈출기>는 이북에서 만들었다는 데서 경향성이 짙다는 오해를 샀다.
--최근 한국 영화들은 많이 봤나.
▲다는 못보지만 <이중간첩>이나 <공공의 적> 등 많이 보고 있는 편이다. 요즘 영화들은 너무 흥행에만 치중해 주제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엔 작품 하나 만들려면 서너 차례 심의를 거쳐야 했다. 지난 김대중 정권에서 '검열'이 많이 없어졌고 영화 만들기가 많이 쉬어졌다. 검열의 테두리가 없어졌으니 좋은 영화를 만이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지난 금요일이 북에서 탈출한 지 17주년이었는데.
▲남들은 자기 인생이 아니니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북에서 있던 8년 외에 이전 2~3년 정도 영화에서 떨어져 있었고 탈출한 후에도 한동안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한참 일할 나이인 50~60대 시기를 손해본 셈이다.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