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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배하고 싶었던 소녀,마돈나 전기

마돈나 전기 <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이제 얼굴까지 몰락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아프다. 그를 열광적으로 좋아한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한동안 마이클 잭슨은 같은 시대를 걸어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동시대의 스타라는 존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굳이 팬이 아니라도 연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데 마돈나 같은 경우는 좀 다르다. 마이클 잭슨과 함께 1980년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던 마돈나는 90년대를 뚫고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최고의 스타다. 보이 토이에서 섹스의 화신을 지나왔고 지금은 종교와 가정이라는 새로운 수호신을 거느리고 있다. 마돈나의 위대한 성공과 끊임없는 변신은, 그녀를 올려다보게 만든다. 마를렌 디트리히 같은 여배우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아니면 마돈나가 그렇게도 숭상한다는 그레이스 켈리나.

<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는 마돈나의 삶과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이애나비의 자서전 <나, 다이애나>와 빅토리아와 베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포쉬와 벡스> 등을 쓴 앤드루 모튼의 전기는 성공을 위하여 마돈나가 걸어온 길을 소상하게 밝혀준다. 사건 추적 기자로 유명한 이력답게 앤드루 모튼은 간결하게 상황을 진술하고 다양한 사람의 증언을 덧붙인다. 마돈나를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에 관계없이 성공의 이유와 마돈나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돈나는 세상을 지배하고 싶었지, 세상을 바꿀 생각은 없었던 소녀였다. 그러나 결국 마돈나는 두 가지를 다 조금씩 하게 되었다.’ 앤드루 모튼은 그 소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마돈나는 성공하기를 원했던 소녀였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공연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뒤 마돈나의 꿈은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었다. 무용가를 목표로 헌신하다가 ‘연예인’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도 성공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마돈나는 위대한 재능을 소유한 천재는 아니었다. 한때 연인이었던 화가 바스키아와의 관계를 놓고 모튼은 이렇게 평한다. 바스키아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예술가였지만, 마돈나는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낸 평범한 여인이라고. 마돈나와 바스키아 모두 예술적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배짱이 있었다. 그러나 바스키아가 비극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바스키아가 음울하고 편집증이 있는 데 반해 마돈나는 본질적으로 적극적이고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진술처럼, 마돈나는 모든 것을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 집념과 강박이 마돈나를 위대한 스타이자 예술가로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늘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망, 명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이 또한 있었다. 워런 비티는 사생활까지도 과감하게 화젯거리로 홍보하는, ‘명성에 대한 마돈나의 절대적인 중독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그 모든 것이 마돈나라는 인간을, 스타를, 예술가를 만들었다.

마돈나는 ‘여성들에게 그들도 강하고 성적으로 매력적인데다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여성으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에이즈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넓히고, 게이와 흑인에 대해 공감함으로써 기존의 성 역할과 인종간의 관계를 흔들어놓’은 인물이다. 하지만 앤드루 모튼은 아직도 마돈나는 자신을 다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그 말이 맞다면, 마돈나는 앞으로 더욱더 자극적인, 우리가 원하는 ‘예술적 모험’을 강행할 것이다. 물론 <스웹트 어웨이> 같은 영화는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나무와 숲 펴냄)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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