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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현장]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2003-03-14

얼핏 보이는 방만 아홉 칸은 돼 보이는 조선시대의 저택. 방안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된 듯 기품있어 보이는 가구들이 보기 좋게 늘어서 있고 창 밖에 곧게 뻗어있는 대나무들은 정결하게 하늘을 향해 있다. 부용정(芙蓉亭)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정자의 위엄이나 그 밑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의 우아함까지 보통 부잣집 같아 보이지 않는다.

13일 오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봄)가 촬영장을 공개했다. 으리으리한 저택이 들어서 있는 곳은 서울 남양주시에 위치한 영진위 종합촬영소의 스튜디오 내부. 제작진은 한창 번성하던 18세기 사대부들의 사치 문화를 묘사하기 위해 4억의 비용과 철저한 고증을 통해 한옥 세트를 제작했다.

영화 <스캔들…>은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 등 '톱스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배우 세명이 한 영화에 모였다는 사실로 화제가 되어온 영화.

조선 최고의 요부 조씨부인(이미숙)이 바람둥이 조원(배용준)을 내세워 9년간 수절해온 과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한다는 내용으로 18세기 말 프랑스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소설은 그동안 동명 영화 <위험한 관계>(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와 <발 몽>(밀로스 포먼),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로저 컴블) 등으로 수차례 영화화 된 바 있다.

이날 촬영분은 조원과 숙부인이 처음 만남을 갖는 장면. 좌의정 부인(전양자)과 숙부인이 조씨부인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원이 나타나 숙부인을 떠보지만 이 '정절녀'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카메라와 조명 세팅이 마무리될 쯤 전도연의 익숙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복의 긴 치마를 잔뜩 안아 든 여배우들이 정자에 올랐다.

"조강지처를 여태 못 잊고 혼자 지낸다면서요. 젊으신 분이 무후해서 되겠습니까?"(좌의정 부인)

"절개를 지키는 일이 어디 아녀자에게만 해당되겠습니까? 마음속에 백년해로의 배필이 들어설 자리는 오직 하나 뿐인 게지요"(조원)

현장에서 본 이 영화 촬영스태프들의 특징은 점퍼에 모자, 스튜디오 내 먼지 때문에 쓴 마스크까지 복장이 비슷하다는 것. 대여섯 번의 NG 후 이들 중 한 명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스태프들 안에 섞여 모니터를 응시하는 감독은 <정사>와 <순애보>를 연출했던 이재용. <스캔들…>은 90년대 초반 대학가를 돌며 단편영화의 고전이 됐던 <호모비디오쿠스>를 변혁 감독과 함께 연출하며 이름을 알린 감독이 상업영화계에 들어와 만든 세 번째 영화다.

전작에서 이미 세련된 연출을 인정받은 바 있는 감독은 조선시대 귀족의 생활을 그린 이 영화를 서양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담아낼 생각이다. 조선시대 상류층을 담은 스타일있는 영상이 서구적 음악과 충돌하는 셈. 이를 위해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참여하며 듀오 '어떤날' 출신의 키타리스트 이병우씨가 음악을 맡는다.

46억의 제작비를 들여 민속촌, 하회마을. 남산 한옥마을, 문경 세트장 등에서 촬영되는 <스캔들…>은 6월 중 크랭크업해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