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 플로리언(토비아스 솅케)은 몸이 이상하다. 성기가 자신에게 말을 한다.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의 부위를 만지라고 부추긴다. 가뜩이나 성욕이 왕성한 나이에 성기의 명령까지 보태져 플로리언은 복도에서 여교사의 가슴을 만지다가 뺨을 맞는 등 여러 추태를 연출한다. 급기야 섹스 중독으로 찍혀 병원까지 간다. 이상형인 여학생 마야(디아나 암프트)를 만나 반하지만, 마야는 플로리언을 섹스 중독자로 낙인찍은 상태. 플로리언은 여러 면에서 수완이 좋은 친구 레드 불(악셀 슈타인)의 도움 아래 구애작전을 펼친다.
■ Review
전편 <팬티 속의 개미>에서 10대 중반이던 플로리언이 10대 후반으로 자랐듯, 그의 성기도 자랐다. 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바가 달라졌다. 성기가 전편에선 주로 보는 걸 원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인 접촉을 요구한다. “저 여자 가슴 죽인다. 가서 만져. 저 다리. 아, 휘감기고 싶어.” 마초적으로 변했다. “가서 만져. 여자는 다 좋아해.” 남자의 마초성이 성기에서 오는지 머리에서 오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차치하고 성기의 변화는 거기까지다. 영화 내내 그 말들만 한다.
성에 막 눈뜨기 시작하는 10대 중반에 성기가 말을 걸어온다는 설정은 신선할 수 있었다. 그놈(성기)은 낯선 놈이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됐다면, 그 인격(아니 성기격)의 독립성에 의문의 여지가 생긴다. 그 2∼3년 사이에 공부는 안 늘어도 성에 대한, 성기의 생리에 대한 지식은 훤하게 꿰어버리게 마련.
그놈은 낯설 게 별로 없다. “가서 만져”, “그러다 뺨 맞으면 어떻게 해” 하는 성기와 플로리언의 말싸움은 플로리언 머리 속의 갈등과 다를 게 없어진다. 남자와 잘까 말까 고민하는 여자 옆에 만화의 말풍선을 그려놓고 창녀가 나와 자라고 하고, 수녀가 나와 말라고 하는 화면이 더 재밌을지 모르겠다. 비슷한 얘기를 플로리언이 멀쩡히 서서 고개 숙이고 눈을 성기 방향으로 향한 채 해대는 화면은 어정쩡하다.
2편에서 성기와 머리가 주장하는 바의 차이는 ‘오로지 섹스’와 ‘애정있는 섹스’이다. ‘오로지 섹스’를 노린 음험한 계획은 다 탄로나 개망신하고, 반성하는 플로리언에게 ‘애정있는 섹스’가 화답해준다는 익숙한 이야기다. 거기에 친구들의 수다와 소란을 병행하면서 섹스코미디라기보다 슬랩스틱코미디 같은 어수선함을 연출한다.
아무래도 말하는 성기의 아이디어를 2편까지 끌고 간 건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3편까지 만들려는지 마지막이 좀 수상하다. 성기가 한 여자와만 섹스하는 건 싫다며 발기를 거부하다가, 그 기간을 6개월로 플로리언과 타협한다. 마초에다 바람둥이까지 그렇게 나쁜 것만 성기에 몰아버린다면(적어도 이 영화에선 바람둥이가 나쁜 걸로 묘사된다), 성을 긍정적으로 그리려던 초심마저 변질되지 않을까. 임범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