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이정욱(41) 감..." />
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인터뷰] <국화꽃향기> 이정욱 감독
2003-03-04

"개봉 전까지 예매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아 내심 초조했습니다. 충무로에 들어온 지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는데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면 억울하잖아요. 첫 주말 성적이 솔직히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국화꽃향기>(사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이정욱(41) 감독은 개봉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원작이 너무나 많이 알려져 부담이 컸어요. <국화꽃향기>의 원형질은 TV 드라마 <가을동화>가 다 노출해버려 더이상 보여줄 게 별로 없었거든요. 빠듯한 개봉 일정에 맞추기 위해 촬영 끝나고 2주 만에 프린트를 뽑아야 했던 것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장진영과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국화꽃향기>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3일 동안 전국관객 30만명을 기록했다. 토-일요일 이틀간 서울관객 기록은 6만100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 개봉 첫주 성적만 보면 <연애소설>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클래식>보다는 앞선다.

이정욱 감독은 두 권 분량의 소설을 109분의 필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인하(원작에서는 승우)의 완벽한 캐릭터를 친근하게 바꾸었고 희재(원작 미주)가 교통사고로 약혼자와 부모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설정을 끼워넣었다. 혼자 살아남은 자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남편을 혼자 남겨두지 않기 위해 아기를 낳고 죽는다는 것이다.

"<편지>나 <약속> 등의 최루성 드라마와 와 같은 잔잔한 멜로의 중간쯤을 겨냥했어요. `실컷 울지 못해 아쉽다'는 투정도 있었지만 여운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감정의 배설을 억제하는 것이 낫다고 여겼습니다. 안그래도 세상 사는데 슬픔이 많은 터에 극장에서까지 눈물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외대에서 불어를 전공한 이정욱은 관객에게는 신인이지만 영화인 사이에서는 친숙한 이름이다. 88년 <불의 나라>(감독 장길수) 연출부에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 뒤 <사의 찬미>,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정글스토리> 등의 조감독을 맡았고 <넘버3>, <억수탕>,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획팀장이라는 이력도 지니고 있으며 현재 한국외대에 출강하고 있다.

<국화꽃향기>는 그가 고른 작품이 아니라 영화사의 의뢰를 받아들인 케이스. 힘겹게 데뷔전을 치른 그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진다.

"벌써 두 군데서 연출 제의를 받았습니다. 제가 써놓은 시나리오 4편도 그동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책상 서랍에서 낮잠자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보자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더군요.<국화꽃향기>를 해보니 정통 멜로는 다시는 못하겠더라구요. SF나 호러는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시간을 두고 나머지 장르 중에서 차기작을 택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