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초 <아멜리에>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던 프랑스 여배우 오드리 토투가 또다시 극장가를 찾아온다.
지난해 11월 <좋은 걸 어떡해>로 잠시 방문하기는 했지만 짧은 개봉기간 등으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 터라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멜리에>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려 주변 사람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오드리 토투는 2월 14일 개봉 예정인 <히 러브스 미(원제 He Loves Me, He Loves Me Not)>에서는 지독한 ‘사랑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물로 등장한다.
미술학도인 안젤리크(오드리 토투)는 심장전문의 루이(사무엘 르 비앙)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불행의 씨앗은 원제가 암시하듯 그가 나를 사랑하는 줄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사실 루이는 한두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안젤리크의 존재조차 모른다. 게다가 그는 임신한 젊은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애처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소한 우연이 반복되면서 루이를 향한 안젤리크의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가고 오해가 빚어낸 갈등도 더욱 깊어만 간다.
팝콘을 씹는 마음으로 가볍게 줄거리를 따라가던 관객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안젤리크의 사랑이 착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뒤에도 한동안은 “저런 귀여운 여인이라면 스토킹을 당하는 것도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면 섬뜩한 공포가 밀려온다.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미스터리 스릴러였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만도 하다. 어차피 영화는 감독과 관객의 두뇌 게임. 마지막의 거듭된 반전을 보며 ‘속았다’고 느끼는 배신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26살에 불과한 래티샤 콜롱바니 감독은 장편 데뷔작답지 않은 연출력으로 단순한 얼개를 솜씨좋게 비틀고 꼬아놓았다. 오드리 토투의 이미지에 기대는 듯하면서도 막판에 이를 역이용하는 재주도 범상치 않다.
엽기토끼 마시마로나 게으른 고양이 딩가처럼 팬시상품에도 엽기 코드를 활용하는 신세대의 신감각에 딱 들어맞을 만한 영화. 가슴에 오래 남을 만한 명장면이나 심오한 메시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1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