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말 것, 2.이름을 밝히지 말 것, 3.포장을 열어보지 말 것.
30일 개봉하는 영화 <트랜스포터>는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범죄자나 ‘물건’을 운반하는 일만을 전담하는 ‘트랜스포터’(운반자)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로 <예스마담> <방세옥> <이연걸의 영웅>등으로 알려진 무술감독 출신 코리 유엔(원규)의 감독 데뷔작이다.
코리 유엔이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제이슨 스태덤과 함께 보여주는 파워 넘치는 액션과 자동차를 이용한 스피드는 이 영화의 장점.
매일 아침 저녁으로 겪는 ‘지옥 같은’ 교통 체증을 생각하면 속도감 하나만으로 승부하려는 듯한 이 영화에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나 캐릭터나 엉성하다는 느낌에 ‘본전생각’을 감추기 어렵다.
특수부대 출신의 프랭크(제이슨 스태덤)는 과거의 화려했던생활을 접고 비밀리에 ‘트랜스포터’ 일을 하고 있다.
절대 이름을 밝히지 않고 포장을 열어보지 않으며 계약조건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어기지 않는 것은 일처리만은 확실한 그의 철칙.
어느날 프랭크는 150㎝, 50㎏의 가방을 전달할 것을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의 사람으로부터 의뢰받는다. 별 탈 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해오던 그의 인생이 꼬이게 된 것은 이때부터.
프랭크는 운반 도중 가방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가방 속에 들어있던 중국 여자 라이(수치)를 구해주지만 분노한 의뢰인은 그의 집을 몽땅 폭파시켜버리는데..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스피드나 잘 다듬어진 화면, ‘트랜스포터’라는 독특한 설정 등 몇 안되는 ‘건질 것’들 말고 영화의 단점을 발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포장을 열지 않는다’는 규칙이 너무 쉽게 깨지는가 하면 두 주인공의 하룻밤 사랑이 갑자기 애절한 사랑으로 발전하는 등의 스토리는 그냥 보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어리둥절하고 여주인공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총으로 쏠 정도로 간절히 목적달성에 매달리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비이성적이고 수다스럽기만 한 수치의 모습도 그녀의 매력을 충분히 못 드러내는 것 같아 아쉽다.
<니키타> <제5원소> <레옹>의 감독 뤽 베송이 제작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2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