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ng Pow: Enter the Fist2002년, 감독 스티브 오데커크출연 스티브 오데커크 장르 코미디 (폭스)
할리우드에 홍콩영화광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트루 로맨스>에서 만화가게 점원인 청년은 데이트를 하자면서 소니 치바의 액션영화가 상영되는 차이나타운의 극장으로 간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포르노 극장으로 갔던 남자처럼. 80년대까지 할리우드의 아시아 영화광들은 홍콩의 무협영화와 일본의 참바라영화를 보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영화 취향을 발견했다. 이제 그들이 할리우드의 주류로 성장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최근작 <킬 빌>에서,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었던 옷을 우마 서먼에게 입혔다. 소니 치바도 직접 출연시켰다. 홍콩영화의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무술감독들이 대거 할리우드로 진출하며 할리우드만이 아니라 전세계 액션영화의 공통언어는 와이어 액션이 되었다.
90년대 초반만 했어도 불가능했을, <퓨전 쿵푸> 같은 황당무계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다. <에이스 벤츄라2> <낫씽 투 루즈>의 감독이며, <너티 프로페서> <패치 아담스> 등의 시나리오를 쓰며 간간이 배우도 해온 스티브 오데커크는 왕우가 감독, 주연한 76년작 <호학쌍성>을 이용하여 ‘바보 같은’ <퓨전 쿵푸>를 만들었다. 왕우가 등장하는 장면에 자신의 연기를 삽입하고, 새롭게 몇 장면을 촬영하고 대사를 새롭게 더빙하여 엉터리 코미디를 만들어낸 것이다.
중원의 한 농가에서 ‘선택된 무사’(스티브 오데커크)라고 불리는 특별한 아기가 태어난다. 페인은 선택된 무사가 성장하기 전에 죽이기 위해 급습한다. 하지만 아기에게 신나게 맞은 페인은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다. 겨우 살아남은 선택된 무사는 하수구에서 쥐들에게 키워졌고, 사막의 짐승들과 어울리면서 고수로 성장한다. 탕 사부를 찾아간 선택된 무사는 링과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다시 페인이 나타나면서 위험에 처한다. 페인과 대결을 벌이겠다며 초원을 지나 폭포로 향하지만 선택된 무사는 어이없게 패하고 만다. 남은 일은 특별 수련을 통하여 페인을 물리칠 비급을 익히는 것이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홍콩 무협물이지만, <퓨전 쿵푸>는 할리우드의 주성치를 원한다. 가슴을 치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매트릭스의 액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젖소와 극한의 대결을 펼치고, ‘말하는 혀’를 이용하여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외계인의 피라미드를 공격하기도 한다. <퓨전 쿵푸>는 어이없다 못해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홍콩 영화광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이유는 있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