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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웃음,<웰컴 투 콜린우드>
2003-01-14

■ Story

동료와 함께 자동차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혀 감옥신세를 지게 된 코지모(루이스 구즈먼)는 감방의 한 무기수로부터 30만달러의 거금이 들어 있다는 고리대금업자의 금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이 금고를 털고자 하는 그는 애인 로잘린(패트리샤 클락슨)에게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올 인물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로잘린은 토토(마이클 제터)와 함께 여러 사람들을 찾아가 보지만 계속 거절당하고 마침내 복서 페로(샘 록웰)에게서 승낙을 받아낸다. 그러나 페로는 코지모가 재판을 받는 법정에 찾아가 어이없는 진술을 하고 결국 코지모와 함께 감방에 갇히고 만다. 코지모에게서 금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페로는 금세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가고 뒤늦게야 자신이 페로에게 속았음을 안 코지모는 분개한다.

■ Review

<웰컴 투 콜린우드>의 광고문구 가운데 하나. “폼나게 한건 어때” 하지만 ‘폼나는 한건’은 사실 이 영화의 어리숙한 등장인물들에겐 영 걸맞지 않은 말이다. 혹 줄스 다신의 <리피피>(1955)에서 보였던 프로페셔널한 은행털이들에게나 어울릴까. 누가 보더라도 <웰컴 투 콜린우드>는 이 영화의 제작자인 스티븐 소더버그의 연출작 <오션스 일레븐>(2002)의 뒤집힌 짝패 같은 영화처럼 간주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기에 성공한 뒤 한참을 승승장구하던 소더버그가 주연급 스타들을 동원해서 그저 한바탕 유유자적 잘 놀아본 영화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오션스 일레븐>보다 개성있는 조연급 배우들의 정말 ‘눈물겨운’ 연기로 가득한 <웰컴 투 콜린우드>쪽이 오히려 관객에게 선사하는 재미에선 단연 앞선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웰컴 투 콜린우드>는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잘 놀았다’고 말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인 셈이다.

자동차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들려 감옥으로 직행한 코지모가 한 감방동료 노인에게서 큰 ‘건수’ 하나를 우연히 듣게 되는 것이 영화의 발단이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거실 벽만 뚫으면, 바로 30만달러의 거금이 들어 있는 금고가 놓인 고리대금업자의 집에 잠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대금업자의 금고를 털고자 하는 계획은 코지모의 애인 로잘린에게 전해진 뒤 삽시간에 동네의 건달들에게 퍼져나간다. 여기서 불현듯 깨닫게 되는 금고털이(혹은 은행털이) 영화의 규칙 가운데 하나. ‘전문가’들은 일견 ‘불가능한 작전’을 주도면밀한 계획을 통해 성공으로 이끈다. 그러나 사소한 균열이 파국을 만든다. 그들에게 잠시 주어졌던 성공은 기어이 다가올 장엄하기 그지없는 허망함의 피날레를 위한 화려하지만 일시적인 간주곡이다(예컨대 줄스 다신의 <리피피>, 스탠리 큐브릭의 <킬링>(1956), 그리고 마이클 만의 <히트>에 이르는 영화들). 반면 <웰컴 투 콜린우드>에서와 같은 ‘삼류’들에겐 일은 언제나 쉬워 보인다. 또한 그들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은 거의 언제나 앞서 언급한 ‘전문가’ 영화들의 패러디이다. 우리에게 조만간 소개될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2000)의 전반부 역시 이런 서툰 도둑들을 다룬 것이다. 영화의 오리지널 포스터에 카피로 달린 다음과 같은 구절은 정확히, 그리고 간명하게 영화의 성격을 요약한다. “다섯 사내들, 금고는 하나, 머리는 없음(Five Guys, One Safe, No Brains).”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이해하기 힘든 한 가지는 왜 인물들이 그토록 코지모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애를 쓰는가 하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는 ‘다섯 사내들’(five guys) 가운데 하나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생각할 ‘머리가 없는’(no brains) 그들을 위해 지략가 노릇을 해줄 만한 인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감옥을 탈출한 그는 노상에서 소매치기를 하려다 어이없이 버스에 치여 죽는 것으로 일찌감치(혹은 생각보다는 너무 늦게)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즉 코지모는 단지 나머지 다섯명의 사내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매개에 불과하며 어쩌면 <웰컴 투 콜린우드>의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한 (약간은 어설픈, 그러나 충분히 웃기는) 캐릭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영화의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실패에 이르게 되는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루소 형제는 도입부에서 이미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보여준 뒤 기나긴 플래시백을 거쳐 처음으로 돌아간다. 실패는 예정되어 있으며 인물들의 바보스러움은 충분히 알려졌다. 결국 우리는 그들이 ‘왜’ 실패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가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웰컴 투 콜린우드>는 여기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웃음을 선사한다. 멤버 중 하나인 레온(이사야 워싱턴)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져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 일에서 빠져나오는 백수건달 베이즐(앤드루 다볼리), 고소공포증 탓에 다른 이들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는 주책없는 영감 토토(마이클 제터), 그리고 고리대금업자의 집과 이웃한 빈 아파트에 갑자기 이사와 멤버들을 난처하게 만든 노파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능한 복서 페로 등의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도 물론 우습다.

(왼쪽부터 차례로)♣ 워낙 우둔하고 소심한 이들이 모인 탓에, 제일 늦게 함류한 페로가 주도권을 잡는다. 하지만 그 역시 아주 샤프한 편은 아니다. 금고털이에 실패하고 만신창이가 된다.♣ 로잘린은 복서인 페로에게 코지모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가 줄것을 부탁한다.♣ 제작자인 조지 클루니는 왕년의 금고털이 고수로 출연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웰컴 투 콜린우드>의 압권은, 이 서툰 도둑들이 묵직한 장비를 돌려 천신만고 끝에 벽에 구멍을 뚫은 직후, 바로 그 구멍 너머로 보여지는 광경일 것이다(비록 오리지널한 아이디어는 아니라 할지라도 상당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는 <웰컴 투 콜린우드>를 종결짓는 그 허망한 상실의 지점에서부터 출발하는 영화다).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권리는 이 영화를 보게 될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그리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 영화는 제법 따뜻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토토가 찾아낸 1천달러의 지폐뭉치는 교도소에 간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보살피느라 전전긍긍하던 라일리(윌리엄 H. 메이시)의 손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보는 이에 따라 낯간지럽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게임의 규칙’ 아닌가.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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