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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비평집 <냉소와 매혹>,김수이 평론집 <풍경 속의 빈 곳>
2002-12-26

풍경,냉소,매혹,빈 곳

여당, 야당, 제3당 노동당에, 심지어 사회당까지 아는 인사들을 줄줄 늘어놓고 살고 있으니 내게는 대통령선거라는 게 심사복잡한 일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신경 안 쓰려 하지만 그럴 수 없고, 내내 무신경한 척하다가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니 괜히 회고적으로, 혹은 ‘회고전’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젊은 혁명’을 ‘회고적’으로 바라보는 내 팔자를 생각하자니 급기야 한심할 수밖에 없고, 감동적인 드라마에 틀림없으나 저 드라마가 누구 드라마냐 생각까지 들고, 어쨌거나 잘된 놈(들) 축하할 일이고 안된 놈(들) 위로해줄 일이지만, 어쨌거나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나이 망 50인데도 여전히 ‘모종의 말석’에 있는 듯한, 좋게 말하면 청춘감, 나쁘게 말하면 양아치 정신을 늘 부추기는 이 나라의 정치-문화의, 진정한 원로는 찾아보기 힘들고 늙음만 무거운 분위기가 일거에 씻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우선 그렇고, 내 나이가 부쩍 ‘대통령과 가까운’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그렇다.

나에게 더 중요하고 더 고마운 것은 이 나라의 젊음의 ‘내용’이 이번 선거로 보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월드컵 4강’ 때는 오랜만에 ‘집단성’을 만끽하는 쾌감을 누렸지만 뒷맛은 썼었다. (겨우) 축구로 세계 4번째가 되는 일에, 혹은 (양-형식적으로) 등수를 따지는 일에 이리 열광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후졌던가….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

보수든 진보든 늙음이든 젊음이든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갖추어야 하고, 이번 선거는 ‘월드컵 4강’의 젊음이 ‘미래전망’의 젊음으로 놀랍게 전화한 경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특히 지금, 김동식과 김수이의 평론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문학은 감동을 아름답게 한다(이것 또한 전망의 문제다). 김동식과 김수이는 신세대의 (주장이 아니라) 내용을 일찌감치 개진한, 그리고 논리의 설득력뿐 아니라 문체(이때 문체는 아름다움이다)의 아름다움에 달한 몇 안 되는 평론가 중 둘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에게 (평론)‘당한’ 기억이 있는데 정곡을 찔려 아프면서도, 역시 정곡을 찔렸으므로 통쾌하고 통쾌가 아름다웠다. 김동식은 문제의 미로를 심화하는 스타일, 김수이는 철완의 장악-파악력을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풍경, 빈 곳, 냉소, 매혹이라…. 거참 문학은 얼핏 정치와 아주 먼 곳에서도, 고우영 <삼국지> 쪼다 유비 아들 병신 아두의 표현을 빌리면, ‘기시똥차게’ 정치적이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