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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의 대중 사기극 <시몬>
2002-12-24

“한 사람보다 10만 명을 속이는 것이 더 쉽다”

1월 17일 개봉하는 <시몬>(원제 SIMONE)은 대중매체와 대중스타를 이용한 한 영화감독의 대중 사기극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의 말처럼 사실 우리가 TV나 영화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는 스타들을 볼 때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조작된 이미지를 보는 것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세상도 원본의 세상과는 다른 것. 일거수 일투족이 24시간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트루먼 쇼>의 시나리오를 썼던 앤드류 니콜 감독은 <시몬>에서는 디지털화된 여배우 ‘시몬’을 내세우고 있다.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는 대중적인 성공도 작품성에 대한 인정도 얻지 못한 할리우드의 2류 감독. 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고 흥행에도 계속 참패해 제작사와의 재계약도 불투명해지자 빅터는 신작 ‘선라이즈 선셋’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배우. 콧대 높고 까다롭기만 한 여주인공(위노나 라이더)은 촬영 직전에 출연을 번복하고 제작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다른 여배우들도 그와 함께 일하기를 꺼리자 빅터는 절망에 빠진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팬이자 컴퓨터 엔지니어인 ‘행크’로부터 유품을 전해 받는다. 행크가 죽기 전에 남긴 것은 ‘사이버 여배우 프로그래밍 CD’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다양한 표정을 갖춘 사이버 여배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합성을 통해 영화에도 출연시킬 수도 있다. 빅터는 이 프로그램으로 만든 사이버 여배우 시몬을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킨다. ‘선라이즈 선셋’이 세상에 공개되자 빅터는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되고 게다가 시몬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높아진다.

‘애인은 있나’, ‘실명인가’ 등 시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오고 그녀와 같이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다른 배우들의 연락도 쇄도하자 빅터는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도 세상을 속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한번 세상에 나온 “마법의 지니를 억지로 램프에 다시 넣기는 쉽지 않은 일.” 빅터는 팬들과 제작사의 기대, 자신의 꿈을 위해 이 사이버 여배우를 계속 영화에 출연시키고 시몬의 인기는 높아만 간다. 빅터는 사람들을 계속 속이려고 시몬을 CF에도 출연시키고 가수로까지 데뷔시키지만 시몬의 존재가 커질수록 정작 자신의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영화의 장점은 사이버 배우를 통해 세상을 속인다는 스케일 큰 상상력에 있다. 가상배우의 인터뷰 장면이나 콘서트 신이 재치있으며 스토리도 짜임새있는 편. 과장된 사건이나 지나친 비약은 감독의 엄청난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재의 비판의식에 비해 무뎌지는 결말은 아쉽다. <대부>, <스카페이스>, <여인의 향기>, <칼리토> 등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사이버 배우 시몬을 연기한 여배우는 캐나다 모델 출신의 레이첼 로버츠. ‘시몬’(SIMONE)은 Simulation One의 줄임말이다. 상영시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