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위치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린 올해의 수작 두 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11월 1일 시네마서비스가 출시할 비디오 <취화선>은 55년 칸 영화제 ‘무관(無冠)의 한’을 풀어준 역사적인 작품. ‘국민감독’ 임권택이 조선시대 말 천재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스크린에 담아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개화파 선비 김병문(안성기)의 눈에 띄어 거지 신세를 면한 장승업(최민식)이 뛰어난 그림 솜씨로 당대 최고라는 칭송을 받고 궁궐에까지 불려가지만 타고난 자유인 기질을 이기지 못해 방랑을 거듭하다가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구도 행각을 방불케 하는 한 예술가의 의지를 잘 그려냈으며 그를 둘러싼 여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장면과 하얀 화선지에 선과 점이 채워지면서 한국화가 완성되는 대목이 볼거리.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 수상작 <오아시스>의 비디오는 11월 20일 LG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말 그대로 ‘백전노장’인 임권택 감독의 노련함에 비길 수는 없지만 이창동 감독은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두 편으로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한국영화계의 간판주자. <오아시스>는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사회부적응자 종두(설경구)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공주)과 만나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 빼어난 연기력과 잘 짜인 서사구조로 평단의 호평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취화선>과 <오아시스>를 통해 세계가 인정한 임권택 감독과 이창동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최민식과 설경구의 연기 맞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