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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홉킨스의<레드 드래곤>
2002-10-23

<양들의 침묵>에서 앤터니 홉킨스의 섬뜩한 미소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11월 6일 개봉될 <레드 드래곤(Red Dragon)>을 놓칠 수 없다. <레드 드래곤>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로 따지면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연작 중 제1부에 해당하는 작품. 영화도 86년 마이클 만 감독이 브라이언 콕스를 내세워 <맨 헌터>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양들의 침묵>으로 공포 캐릭터의 상징이 된 앤터니 홉킨스가 주인공 한니발 렉터 역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다시 제작됐다.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유능한 FBI 요원 윌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은 시체마다 요리에 애용되는 부위가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범인이 인육을 먹는 정신병자라고 추정한다. 그는 범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심리학자 한니발 렉터 박사의 집에 들렀다가 범인의 정체를 눈치챈다. 그 순간 한니발의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지만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그로부터 7년 뒤, 또다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FBI는 가족과 평안한 나날을 보내던 윌에게 복귀를 권유한다. 윌은 범행 현장과 시체의 상태 등을 살펴보고 우발적인 살인은 아닐 것으로 단정한 뒤 수감중인 한니발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때부터 한니발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려는 윌과 범인을 원격 조정해 윌을 제거하려는 한니발의 치열한 두뇌 게임이 시작된다. 범인 프랜시스 돌하이드(랠프 파인스)는 한니발을 숭배하며 절대적인 세계로 도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다중인격자. 수사망이 점점 좁혀져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범인은 최후의 선택을 감행한다.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고 여기는 순간 마지막 반전이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라스트신에서는 교도관이 “수사관치고는 너무나 젊고 예쁜 FBI 요원이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는데…”라며 한니발에게 말을 건넨다. 바로 <양들의 침묵>의 시작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91년 <양들의 침묵>과 2001년 <한니발>에 출연했던 앤터니 홉킨스가 1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분장만으로는 눈가의 주름이나 늘어진 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눈빛과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러시아워> 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출연을 강권했던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미국 관객들도 10월 중 역대 최고의 개봉수익을 안겨주며 감독의 선택을 지지했다.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이 자극의 강도를 높여 <양들의 침묵>을 뛰어넘으려고 한 것과 달리 치밀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양들의 침묵>이 처음 던진 충격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짜임새는 결코 뒤지지 않고 배우의 연기력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윗길이다. 조디 포스터와 줄리언 무어의 자리에 대신 선 에드워드 노튼은 앤터니 홉킨스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은 채 노련한 수사관 역할을 빼어나게 해냈고, 선악을 겸비한 캐릭터의 랠프 파인스와 그의 내면세계를 꿰뚫어보는 리바 매클레인 역의 에밀리 왓슨도 호연으로 주인공을 도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