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학계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10월과 11월에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 남가주 일대 주요대학들이 앞다퉈 한국영화제를 마련하는가 하면 주요 감독들의 초청도 잇따르고 있다.
먼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엘에이 캠퍼스(UCLA)가 지난 10일 송일곤 감독의 <꽃섬> 시사 및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서울 시네마’ (Seoul Cinema) 영화제를 개막했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영화제는 박기영의 <낙타(들)>,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창동의 <박하사탕>, 이정향의 <집으로>,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 등 6편을 상영하고 송일곤, 이정향, 홍상수 감독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그런가 하면 로스앤젤레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어바인 대학에서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홍상수의 영화들’( Tell Me You Love Me - The Films of Hong Sangsoo)이란 제목으로 홍상수 감독 회고전과 함께 심포지엄을 17일부터 25일까지 계속한다. 홍 감독의 영화 4편이 모두 상영된다. 24일 심포지엄에는 크리스 베리(버클리대), 데이빗 보드웰(위스콘신대)과 어바인 대학의 김경현, 아키라 리핏 교수가 발제하고, 남가주 대학(USC)의 데이비드 E. 제임스 교수가 토론을 이끄는 등 미국에서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홍 감독은 토론자로 참석한다.
한편 남가주 대학은 11월1일부터 3일까지 ‘한국영화의 최신 걸작들’ (The Contemporary Classics of Korean Cinema)이란 제목 아래 한국영화제를 마련, 여섯 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선정작은 90년대 중반 이후의 작품들로 허진호의 ,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홍상수의 <오! 수정>, 송일곤의 <꽃섬>, 김지운의 <반칙왕>, 임권택의 <취화선>이다.
96년 임권택 회고전을 개최한데 이어 올해로 세 번째 한국영화제를 기획한 남가주 대학의 데이비드 E. 제임스 교수는 한국영화를 “현재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활력있는 젊은 영화”라고 표현한다. 얼마 전 출간된 임권택 감독에 대한 최초의 영어연구서 <임권택-한국 민족영화 만들기>(Im Kwon-Taek: The Making of a Korean National Cinema)의 공동편집자이기도 한 그는 “임권택 감독은 한국 근대영화의 역사를 관통하는 인물이며, 지난 25년간 그의 작업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주요 고비들에 천착하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전통문화의 복원,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문화의 전파에 앞장서 온 중요한 작가”라고 평했다. 반면 처음으로 회고전과 학술회의가 열리는 홍상수 감독은 혁신적인 스타일로 도시인들의 삶과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는 현대적인 영화 작가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미국 대학의의 관심은 90년대 이후 등장한 젊은 감독들에게 쏠리고 있어 이들이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다면 세계영화사 책자에 한국영화 단락이 추가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자연스레 한국 영화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