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 프로덕션디자인 와타베 다카쿠)
이 작품이 미친 영향력이란! 사이버 펑크적 근미래의 도시적 이미지의 향연은 이 작품 전의 영화와 이후의 영화를 구분짓게 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져가는 산업화 단계에서 그 작품의 주제나 철학을 구현하는 가장 적합하고 뛰어난 비주얼(시간과 공간, 시대성)을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또한 이후의 작품들에 끼친 인식론적 측면 못지않은 강력한 비주얼 이미지들의 절대적 영향력- 굳이 특정 장면이나 이미지의 인용을 차치하고라도- 으로 볼 때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② 씨클로(감독 트란 안 훙/ 프로덕션디자인 베누아 바루)
구체제가 남긴 빈곤과 밀려오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혼재된 베트남의 현실을 페인트, 어항, 코피 등 강렬하고 상징적 색채와 이미지로 표현.
③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프로덕션디자인 장숙평)
불안한 듯 미세한 사랑의 감정, 사라져버린 공간과 시간에 대한 애틋함, 그 정조를 기막히게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이미지로 표현한 장숙평.
④ 바스키아(감독 줄리앙 슈나벨/ 프로덕션디자인 댄 레이)
현대미술의 정취와 바스키아의 예술혼이 매력적인 영화. 한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 순회를 한 기분.
⑤ 집시의 시간(감독 에밀 쿠스투리차/ 프로덕션디자인 밀렌 크레카 크라코빅)
현실과 판타지의 기막힌 조화.
정구호 대표작 <정사> <텔미썸딩>
① 배리 린든(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덕션디자인 켄 애덤)
영화미술로 최고라 생각되는 작품. 촬영과 조명이 인공적이지 않고, 분장이나 세트 등이 어우러진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그 시대의 유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세월의 때, 삶이 묻어나는 색감을 실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장도 그냥 화장이 아니라 얼굴의 윤곽과 뼈대를 살려서 구조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틸을 잡았을 때 그것이 회화의 한 장면 같은데,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이 몇초간 머물렀다 움직일 때, 마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저녁 만찬장면의 촛불 조명도, 그 은은한 빛이 주변 사물과 잘 어우러졌다고 기억된다. 어떤 면에선 기록영화 같으면서도, 동세대 예술인이 만든 현대 최고의 미술이라고 생각한다.
② 순수의 시대(감독 마틴 스코시즈/ 프로덕션디자인 단테 페레티)
그 시대 실제 상황보다 더 화려하게 그려졌고, 화려함이 과장된 영화. 그 과장의 정도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튀지 않는다.
③ 가타카(감독 앤드루 니콜/ 프로덕션디자인 얀 로엘프스)
초미니멀 SF영화. 기존의 SF는 대개 기계적인 부분만을 강조했지만, 이 영화의 미술엔 미래의 휴머니즘이 묻어난다.
④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인 장 라바스)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이고, 영화미술이라기보다는 설치아트적이다.
⑤ 더 셀(감독 타르셈 사인/ 프로덕션디자인 톰 포덴)
설치미술 작품으로 현대영화의 현실과 판타지 속 이미지의 차별화를 보여주는 작품.
김진철 대표작 <고양이를 부탁해>
① 천국보다 아름다운(감독 빈센트 워드/ 프로덕션디자이너 유제니오 자네티)
누구나 한번쯤은 천국과 지옥에 대해 상상을 한다.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이 영화에선 두 세계의 실감나는 대조로 표현하고 있다. 화면에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묻어날 것 같은 총천연색 물감이 섞여가는 모습, 상당히 감각적인 고흐나 모네의 그림 같은,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아름다움과 평화가 흐르는 천국의 표현들. 반대로 지옥에는 불타는 난파선과 전쟁, 일그러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암흑색의 차갑고 고딕풍의 길과 건물이 그런 느낌을 더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과 우울함, 그리고 스펙터클이 놀라운 영화다. 특히 아내가 그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그래픽은 환상적이다.
② 위대한 유산(감독 알폰소 쿠아론/ 프로덕션디자인 토니 버로)
원작의 무대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습지를 플로리다 해안과 뉴욕으로 옮긴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섬세하고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인다.
③ 유령수업(감독 팀 버튼/ 프로덕션디자인 보 웰치)
강렬한 원색과 검은색의 대립,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 가득한 팀 버튼의 존재를 입증한 작품.
④ 글래디에이터(감독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디자인 아서 맥스)
화면 가득한 색채는 수려하고, 스펙터클한 영상미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⑤ 정사(감독 이재용/ 미술 정구호)
비현실적인 공간과 소품, 절제된 무채색을 잘 접목시켜 드러낸 영상미.
욕망(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트디렉터 아셰톤 고튼)
안토니오니는 영화의 무대인 런던의 실제 모습 대신에 스토리에 따라 거리의 색들을 변화시키고, 색채관계를 주의깊게 유지함으로써 색의 상대적 가치를 높인다. 극적 장치로서 색의 남용을 억제하면서 주의를 끌고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시선을 끄는 색의 성질을 이용, 영화의 테마와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작가 토마스가 공원에서 잔잔한 사랑장면을 카메라에 담다가, 그것이 살인현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공원의 초록색은 잔혹한 살인사건으로부터 우리의 주의를 벗어나게 하는 효과를 낸다. 초록색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에 회색의 하늘은 눈에 띄지 않고, 토마스의 움직임 때문에 거친 바람소리는 잠식된다. 제인과 그 남자가 입고 있는 회색톤의 옷들은 즐거운 사랑을 방해한다. 감독은 이런 세부 사항들을 감추기 위해 공원의 초록색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것은 색이 자동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아름답고 부드럽게 만든다는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주제인 표면적인 현실이 지닌 거짓됨과 연관된다.
스위티(감독 제인 캠피온/ 아트디렉터 피터 해리스)
미장센의 요소들이 풍부한 은유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며 정신분열증을 잘 그려낸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이너 벤 반 오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각각의 공간마다 다른 색을 써서 각 공간이 내재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정사(감독 이재용/ 미술 정구호)
무채색, 젠 스타일, 미니멀리즘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여백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인간미 없어 보이는 이런 공간이 불륜을 더 합리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블루 벨벳(감독 데이비드 린치/ 프로덕션디자이너 패트리샤 노리스)
색채의 컬트적인 사용이 돋보인다.
김기철 대표작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 미술 김진한)
베스트라기보다는 한국영화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과 그런 사실을 모르는 채 그를 사랑하는 여주인공의 삶과 정서가 담담하게 그려진 것은 촬영과 조명, 미술 등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비주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유영길 기사님이 적절히 쓰신 자연광이 인물들의 정서를 잘 살렸다.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미술은 미장센이 화려한 것보다는 드라마 속에 비주얼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꼽게 됐다.
쎄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프로덕션디자이너 아서 맥스)
세기말의 느낌을 낮은 채도의 색감, 특히 회색 계열로 몰고간 느낌이 좋았다.
아멜리에(감독 장 피에르 주네/ 프로덕션디자이너 알리네 보네토)
아멜리에의 가치관과 정서가 보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잘 드러났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프로덕션디자이너 밥 링우드)
화이트와 블랙, 그린 등의 제한된 색채로 차분한 이미지를 자아내면서, 추리를 이끌어갔다는 점이 인상깊다.
슬리피 할로우(감독 팀 버튼/ 프로덕션디자이너 릭 하인리히)
팀 버튼의 다른 영화도 좋아하지만, 채도가 낮은 그레이 계열의 색감이 스토리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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