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서기 2079년, 지구는 수년간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외계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전자기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든 사람들의 몸에 추적장치가 심어져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되는 철저한 감시체계도 작동 중이다. 과학자인 스펜서 울햄(게리 시니즈)은 지구를 지키는 데 결정적 기능을 할 어떤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가 어느 날 외계인의 스파이 로봇이라는 혐의를 받게 된다. 스펜서는 이것이 자신의 연구를 중지시키려는 음모라고 의심하며 비밀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다. 과연 스펜서는 비밀경찰을 따돌리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Review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드러나지만 필립 K. 딕은 '정체성의 패러독스'에 관심이 많다.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예지할 수 있는 시스템, 그러나 어느 날 시스템이 자신을 살인자로 지목하자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시스템을 유지하자면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살인을 피하자면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딕이 1953년에 발표한 단편 <임포스터> 또한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과학자가 외계인의 스파이로 몰린다. 필사의 추적, 쫓기던 과학자가 마침내 발견한 진실은 한번도 의심치 않았던 자신의 믿음을 뒤흔든다.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나 <토탈 리콜>의 원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처럼 <임포스터>에서도 기억은 결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기억에 대한 불신'과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딕의 중심테마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단편 <임포스터>는 딕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됐다.그러나 영화로서 <임포스터>는 소설의 지위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미국에서 <임포스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개봉 전인 올해 초에 극장에 걸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간판을 내렸다. <LA타임스>의 케빈 토머스는 "<임포스터>는 SF팬들. 특히 딕의 숭배자들에게는 환대받을 것 같다. 이 영화는 <A.I.>처럼 엄청난 대작이 아니며 SF팬이 아닌 영화애호가들을 유혹하는 아트영화의 특징을 갖고 있지도 않다. 비록 그 가운데 놓인 길에 있지만 모호하게 열린 엔딩까지 도전할 가치는 있다"고 썼고,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도 "주인공의 체포와 꼬아놓은 엔딩 사이인 2막에서는 처친다. 그러나 흥미롭고 현명한 SF영화이며 미국이 9·11 이후 갖게 된 망상에 관한 영화를 들라면 이 영화를 꼽을 만하다"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살롱닷컴>의 앤드루 오히어는 "<임포스터>의 문제는 영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사이보그 같다. 겉보기엔 인간 같지만 영혼은 없다"고 비판했다. 감독 게리 플레더는 <덴버> <키스 더 걸> <돈 세이 워드> 등 스릴러물에 장기를 보여준 인물이며 <포레스트 검프> <스네이크 아이즈>로 낯익은 게리 시니즈와 <라스트 모히칸>의 매들린 스토가 주연을 맡았다.남동철 namd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