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검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독립영화 감독들이 성이 났다.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운영협의회)가 두편의 다큐멘터리에 편성불가 방침을 내렸기 때문. 이마리오 감독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이어 다큐인 제작의 <에바다투쟁 6년-해아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하여>가 방영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불씨.그동안 1인 시위를 해왔던 이들은 최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나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편성불가는 표현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KBS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자 9월11일 KBS를 항의방문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방송법에 따라 KBS는 한달에 100분 이상씩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토록 되어 있다.운영협의회는 이들 작품의 특정장면과 방영시점을 문제삼았지만, 독립영화인들이 좀처럼 물러설 것 같진 않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 운영협의회는 ‘찢어라’를 순화할 것을 요구했다. 과격해서 국민정서에 좋지 않다는 것. 그러나 한 감독은 “찢으라고 해서 국민들이 찢나? 플라스틱으로 바뀌어 찢을 수도 없다”고 비꼬면서 “상징적인 제목을 문제삼는 것은 트집이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장면 삭제 요구도 “주민등록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인데, 그것을 만든 장본인을 비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에바다투쟁 6년…>의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규정이 걸림돌. 그러나 재판 진행 중에도 이미 여러 차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 옛 재단세력의 비리를 포함한 에바다 농아원 사태를 다뤘다는 점에서 독립영화인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운영협의회로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