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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캐나다 애니를 알아? [1]
2002-09-10

제1회 서울-캐나다 국제교류전 ‘NFBC 스페셜’, 9월13일부터 18일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려애니메이션의 무한한 표현력을 가꿔온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NFBC 영화제가 오는 9월13일부터 18일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다. 제1회 서울-캐나다 국제교류전 ‘NFBC 스페셜’은 예술적인 애니메이션의 실험과 작가들의 인큐베이터로 알려진 캐나다국립영화협회(NFBC)의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영화제.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주최하며, 이미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NFBC의 단편애니메이션 50여편을 상영한다.캐나다의 애니메이션은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는 사람>을 필두로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영화제를 통해 틈틈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국적에 상관없이 재능있는 애니메이터들을 적극 발굴하고, 새로운 이미지의 개척이나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는 단편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지원해온 NFBC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가를 보여준다. 60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지닌 만큼 많은 인재를 배출해낸 NFBC의 작가들 가운데 이번 영화제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될 작가는 노먼 맥라렌과 이슈 파텔.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맥라렌은, 캐나다 정부에 NFBC 설립을 건의하고 초대 영화과장을 지냈던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존 그리어슨의 부름을 받고 건너와 1941년에 애니메이션 부서를 만든 당사자이다.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실험의 선구자로 유명한 맥라렌은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를테면 이번에 소개될 초기작 <이웃>(오른쪽 사진)은, 실사 배우의 연기를 정지동작으로 한 프레임씩 촬영한 애니메이션. 사이좋게 지내던 두 이웃이 각자의 영역 가운데 피어난 꽃을 두고 티격태격하다가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1952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이다. <발레리나>와 <발레 아다지오>는 실제 무용수들의 발레 동작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의 미학과 리듬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작품들. 그 밖에 무생물인 의자를 움직여 더이상 인간의 도구이기를 거부하는 의자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은 <의자 이야기>, <크리스마스 불꽃놀이> 등 맥라렌의 초기 실험작들을 만날 수 있다. 이슈 파텔은 맥라렌과 조금 다른 의미로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넓혀온 작가. 인도 출신으로 71년부터 30년 가까이 NFBC에 몸담았던 그는 인도의 전통 설화와 민속음악 등 동양적 색채와 이색적인 기법의 탐색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될 <퍼스펙트럼>은 맞물렸다가 흩어지는 원과 사각형 등 기하학적 이미지의 변주와 일본의 전통 현악기 고토의 선율을 조화시킴으로써 형태의 역동적인 흐름을 그려낸 추상적인 애니메이션.

<게임의 법칙>은 ‘구슬 게임’이란 원제대로 조그마한 색구슬 수만개로 온갖 형상을 만들었다 부수길 반복하며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유리판 위에 점토를 깔고 뾰족한 도구로 파내듯 그림을 그린 <사후>(오른쪽 사진)는 죽음 뒤의 영혼의 여정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으며, 같은 기법을 발전시킨 <우선순위>에서는 관개사업을 통한 물의 공급을 기다리는 사막의 가족과 그들의 생존에 아랑곳없이 국경 분쟁에 바쁜 정부의 대비를 통해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화려한 궁전에 사는 새를 부러워하다가 자신이 가진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새의 이야기인 <파라다이스>는 검은 종이에 일일이 핀으로 구멍을 뚫는 핀홀 기법과 종이에 그린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 끊임없이 자연을 강탈해온 인간의 탐욕스러움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인간의 운명>은 종이에 그린 그림을 셀에 붙여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종이나 셀은 물론, 구슬, 유리, 점토 등 말 그대로 다채로운 재료를 활용한 파텔의 작품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함께 애니메이션의 폭넓은 상상력을 이미지로 보여준다.그 밖에 NFBC를 거쳐간 세계적인 작가로 캐롤라인 리프, 코 회드만 등의 작품도 상영될 예정.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둘러싼 가족들의 반응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거리>는 유리 위에 물감으로 그린 부드럽고 유동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는 리프의 대표작이다. 눈오는 겨울에 버려진 인형을 정성껏 돌보는 아기곰 루도빅과 살아난 인형의 즐거운 한때를 통해 장난감에 대한 동심의 판타지를 그려낸 <루도빅>과 모래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이 모래성을 짓다가 바람에 소멸해가는 과정을 담은 <모래성> 등은 인형과 모래 등을 활용한 코 회드만의 소우주를 보여준다.열대 우림의 두 카멜레온이 벌레 하나를 놓고 싸우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재닛 펄만의 <둘을 위한 저녁식사>,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부부가 핵폭발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싸우고 화해한다는 리처드 콘디의 <대혼란> 등은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 중산층 치과의사 밥과 외과의사 마가렛 부부의 일상을 만화의 정감이 살아 있는 그림체로 그려낸 앨리슨 스노덴과 데이비드 파인의 <밥의 생일>을 비롯한 오스카 수상작 및 후보작들과 아기를 바라는 부부에게 외계인 같은 아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육아의 어려움을 웃음으로 풀어낸 코델 바커의 <이상한 침입자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풍경과 전통 문화를 수려한 유화풍으로 묘사한 <블랙 소울> 등 NFBC의 최신작들도 만날 수 있다.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 <NFBC 스페셜> 니들이 캐나다 애니를 알아? [2] - 상영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