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에 발표된. 웰즈의 너무나도 유명한 에스에프 소설 <타임머신>은, 그 이후에 나온 다른 시간여행 이야기들에 비해 대단히 색다른 면 하나를 갖고 있었다. 바로 '너무 많이 올라가 버린 미래는, 그다지 장미빛이 아닐 것이다'라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원작의 이야기를 골자로 해서 여러 가지 시대적인 사회문제를 겹겹이 씌워 탄탄한 스토리를 구성한 조지 팔 감독의 1960년 작 <타임머신>은, 당연히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영화였다.
그러나 2002년 다시 리메이크된 드림웍스의 <타임머신>는, 뭔가 충격적인 내용이나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기대하기는 힘든 영화다.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타임머신>은 특수효과의 향연 위에 적당한 로맨스가 가미된 그저 그런 수준의 오락 영화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나면, 디브이디 타이틀로 만나는 <타임머신>은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안정적이면서도 선명도가 뛰어나 자질구레한 소품들까지도 뚜렷하게 브라운관에 뿌려주는 화질은, 각종 특수효과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제작하는 기간 내내 정적인 분위기만을 형성하고 있던 타임머신 주변의 모습이, 타임머신을 가동시키는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가 자라고 눈이 쌓이고 녹는 자연 현상은 물론 건물이 무너지고 새롭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본편 영화를 보며 그 장면에 눈길을 주었던 이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부록의 '시각효과' 부분에는 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사용된 특수효과의 비밀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자료들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부록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로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가 참여한 영화 속 특수분장을 설명하는 코너다. 미래의 변종인 몰록족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제작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스케치와 수십 개의 모형 골격을 보다보면, 할리우드 시스템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될 정도다. ]
이철민/디브이디 칼럼니스트
총련계 한인의 좌충우돌 연애담 ●<고>
2000년 일본 나오키 문학 수상작을 영화화한 <고>는 한일합작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배우들이 주로 출연하는 데다가, 총련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선입관 때문에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다"라고 첫머리에 밝혀지듯이, 시종일관 빠르고 강하게 펼쳐지는 주인공의 좌충우돌 연애담은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 텍스트와 스틸 컷으로 이루어진 부록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10개의 소주제로 나눠진 40여분 분량의 동영상인 '메이킹 필름&인터뷰' 코너
감독 등장해 스릴러 단서 설명 ●<더 홀>
4명의 친구가 함께 실종되었다가 단 1명만이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중 구조의 스릴러물. <아메리칸 뷰티>와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도라 버치의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스릴러물답게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의 이해를 도와주는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와 제작진을 포함한 주요 배우들의 치밀하고 성실한 답변을 담고 있는 '인터뷰' 코너가 부록 중에서도 눈에 가장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