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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윈드토커
2002-08-13

■ Story

제2차 세계대전이 고비에 이른 1944년, 상처를 가진 중사 앤더스(니콜라스 케이지)는 원하지 않는 임무 때문에 갈등한다. 그의 임무는 나바호 인디언 암호병 벤 야흐지(애덤 비치)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그가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사살하는 것이다. 야흐지는 나바호 인디언 언어가 암호로 채택되면서 전선에 투입된 400여명의 병사 중 한명. 그가 일본군의 포로가 돼 고문을 이기지 못하면 미군의 암호 체계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앤더스는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야흐지의 순진한 눈빛에 점점 이끌려간다.

■ Review

<윈드토커>의 프로듀서 로젠바이그는 어떤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바호 병사들의 이야기가 극영화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뒤늦게 자료를 조사하면서 주목한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암호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암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료를 살해하는 금기마저 넘어야 하는 딜레마. 오우삼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다뤘던 이 비극적인 우정에 매료돼 감독을 맡기로 결정했지만, <윈드토커>는 비장한 액션도 눈물어린 의리도 없는 평범한 영화에 가까워졌다.

오우삼은 <윈드토커>를 만들면서 이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자유를 누렸다. 1억달러의 예산과 14대의 카메라가 있었고, <미션 임파서블2>의 톰 크루즈처럼 감독보다 파워있는 스타는 없었다. 그는 예산과 일정만 지킨다면 남부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 건설된 거대한 야외 세트를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짝을 이룬 두 병사가 연주하는 인디언 민속악기와 하모니카의 애잔한 선율이나 죽음을 받아들인 야흐지가 앤더스의 총구를 스스로 가슴에 갖다대는 장면은, 먼지투성이 스펙터클을 뚫고 솟아나는 부인할 수 없는 오우삼의 흔적이다. 그러나 <윈드토커>는 액션과 감정이 하나로 녹아 휘감기는 오우삼의 전작들과는 다르다. 말없이, 눈빛으로만 주고받는 남자들의 교감은 전투가 시작되면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증발해버린다.

는 “<위 워 솔저> <블랙 호크 다운>을 본 관객에게 <윈드토커>의 액션은 진부하다”고 평했다. 배우와 카메라의 움직임을 장악할 줄 아는 오우삼에게 미국식 공식의 전쟁영화 붐은 분명 시기를 잘못 만난 악운이었다. 그러나 오우삼이 오직 그 자신만 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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