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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계의 작은 거인 김수철의 새 음반
2002-08-08

폭포수 같은 시원함!

한국 록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김수철이다. 그가 ‘작은 거인’ 시절에 보여주었던 기타 실력은 발군의 것이었다. 그의 기타 프레이즈에는 일종의 천재적인 번뜩임이 있다. 그의 손놀림에는 특유의 리듬감이 있다. 빠르게 반복하면서 독특하게 악센트를 주는 솔로 플레이,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도입부의 리프. “비가 개면 나타나는/ 일곱 색깔 무지개”를 노래하던 옛 ‘작은 거인’의 LP를 플레이어에 걸면서 다른 뮤지션에게선 찾기 힘들던 뭔지 모를 ‘시원함’을 머릿속에 그리며 기대감에 젖던 어린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다. 그의 음악의 특징은 ‘시원함’이다. 그의 무대 매너. 기타를 입으로 물어뜯고 머리 위로 올려 휘돌리는가 하면 “갑순이 갑돌이 사랑했네” 하고 시원하게 노래를 뽑다가 네크가 휘어져라 벤딩을 하여 내키는 대로 소리를 휘감던 시원한 모습. 또 저음의 개방현을 하이 코드의 프레이즈와 결합시키는 것도 그의 장기 중 하나다.

신중현과 엽전들이 우리 록을 장타령에 접붙일 때, 우리 귀를 울리던 것은 일종의 ‘서러움’이었다. 산울림의 앳된 슬픔. 그러나 김수철에게서는 시원한 드라이브감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록음악에서는 ‘신명’이 발견된다. 그것이 그 특유의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우리 록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월드컵 때문에 신명나는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그는 활기차다. 이번에 나온 새 앨범 <Pops & Rock>을 들어봐도 그렇다. 옛날 노래도 있고 새 노래도 있다. <저기를 봐>에서는 여전히 번뜩이는 그의 리프 감각을 확인할 수 있고 <난 왜 이럴까?>에서는 그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힘있는 도입부와 리듬을 시원하게 분할하는 훌륭한 솔로를 들을 수 있다. <왜 그래?>의, 시원한 통기타. 또 신해철, 장혜진, 김유나, 박미경 등의 후배들이 여러 트랙에서 노래를 해주고 있다. 일종의 오마주 성격의 앨범과 신보의 성격을 공유하고 있는 앨범이다. 응원가 <One Korea>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김수철의 음악인생은 가히 편력에 가까울 정도로 부채살이 많다. 한때 한국을 풍미했던 (국적불명의) 가요제에 작곡가 선생님으로 나서기도 했고 <서편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음악을 짓기도 했으며 <나도야 간다>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별리> 같은 애를 끊는 타령이 있는가 하면 어느 경기장을 가봐도 훌륭한 응원가로 쓰이는 <젊은 그대> 같은 노래도 있다. 게다가 88올림픽, 2002 월드컵 등 행사음악 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기타 산조’라는 특수한 분야를 개척하기도 한 그가 최근에는 뉴에이지풍의 국악 대곡들을 작곡하여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모두가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해도 나름의 음악적 실크로드를 따라 거기까지 갔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이처럼 여러 ‘김수철’이 있긴 하지만, 기타를 메고 팔짝팔짝 뛰며 무대를 누비다가 언제 쳤는지도 모르게 전광석화 같은 솔로를 해대는 그가 여전히 가장 멋지다. 그의 모든 것이 여전히 거기에서 나온다. 퐁퐁퐁, 그의 음악은 로큰롤에서 샘솟지. 거의 모든 악기를 다 다룰 수 있는 그지만 여전히 그는 자유자재로 기타를 다루며 무대를 뛰는 신나는 록큰롤 뮤지션이다.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