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view
<헤드윅>은 말이 필요없는 영화다. 말 대신 노래가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노래영화다. 작은 드랙퀸 바에서 록뮤지컬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뒤 오프 브로드웨이의 명작이 되고 그뒤 영화화된 이 록뮤지컬영화는, 뮤지컬의 명성보다 더 뜨거운 찬사를 영화로서 받아냈다. 2001년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 같은 해 베를린영화제 테디 베어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탔고 “화려한 외관 속에 진실의 맥박이 고동치고 있다”(로저 에버트),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며 재기발랄한 위트로 가득 차 있다”(<LA타임스>) 등 평단과 언론의 열렬한 갈채 또한 받았다.
<헤드윅>은 원작 뮤지컬의 콤비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가 그대로 손잡고 만들어낸 작품이다. 뮤지컬영화인 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일 정도. 플라톤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넘나들며 헤드윅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스티븐 트래스크의 시적인 가사와 감성적이면서도 파워풀한 곡, 존 카메론 미첼의 매력적인 보컬로 이루어진 헤드윅의 노래들로 인해 <헤드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강렬한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것이 <헤드윅>의 전부는 아니다. <헤드윅>은 노래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플래시백 등을 절묘하게 사용해 내러티브를 이끌어간다. 곳곳에서 실험성과 창의성이 빛나는 것이다.
서동진은 이 영화를 “가장 탁월한 정치적 드랙퀸무비”라고 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빚어내는 감동은 보수 성향의 관객마저 흔들기 충분하다. 헤드윅이 노래하는 내용처럼, 영화 자체가 현실의 어떤 벽과 싸워 이기는 것일까. 미국 상영시 첫 노래가 시작하는 순간 극장을 나가리라 예상했던 77살의 노인마저 끝까지 영화를 본 뒤 울며 박수를 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