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리틀 집안에 입양된 새앙쥐 스튜어트는 형 조지(조너선 립니키)와 학교도 다니고 축구도 하면서 평범한 인간들의 삶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사춘기를 맞은 스튜어트는 행여 다칠세라 자신을 과보호하는 엄마(지나 데이비스)가 답답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자신을 소외시키는 형이 야속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날개를 다친 카나리아 마갈로가 스튜어트의 스포츠카 위로 떨어진다. 난폭한 매 팔콘의 공격을 피해 마갈로를 집으로 데려간 스튜어트는 상처를 치료해주고 함께 지내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팔콘과 한패인 마갈로는 리틀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뒤, 리틀 집안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사라져버린다. 스튜어트는 스노우벨과 함께 마갈로를 찾아 길을 떠난다.■ Review
흰 새앙쥐 스튜어트의 우여곡절 인간 가정 입양기 <스튜어트 리틀>은 여러모로 그 후일담을 내놓을 만했다. 전세계적으로 3억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차가운 디지털 기술이 낳은 가상의 배우 스튜어트 리틀이 뼈와 살로 이뤄진 동료 배우 지나 데이비스나 휴 로리보다 훨씬 살갑게 느껴지던, 그 ‘비현실적인 현실’을 즐긴 이들이라면, 누구나 속편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정든 채 헤어진 그 아이는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수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버전업됐다는 프로그램엔 어떤 기능이 새로 추가됐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스튜어트 리틀2>가 전편에 비해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는지 재빨리 간파하고 싶다면, 작가 크레딧을 눈여겨볼 것. 전편의 시나리오는 <식스 센스>의 작가 겸 감독인 M. 나이트 샤말란이 맡아, 새앙쥐가 인간 가정에 입양되는 과정의 우여곡절과 그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한 반면, 속편은 <사랑과 영혼> <딥 임팩트>의 작가 브루스 조엘 루빈이 맡고 있는데, 이로써 멜로와 액션의 요소가 강한 가족드라마로 선회했음을 알 수 있다. 1편이 세상에 나온 지 3년. 그 사이, 사랑에 눈 뜨고, 더 큰 세상으로 발을 내디딜 만큼, 스튜어트도 부쩍 자라난 것이다.
<스튜어트 리틀2>의 스튜어트는 더이상 꼬마 새앙쥐가 아니다.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직접 등하교를 하며, 벤치 신세를 질지언정 축구를 좋아하는, 의젓한 소년(?)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스튜어트는 인간들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에 허기와 갈증을 느낀다. 존재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 앞에 신비로운 카나리아 마갈로가 나타나고, 스튜어트는 마갈로를 보살피며 사랑을 느낀다. “삶은 모험”이라고 믿는 마갈로의 자유분방함에 반하고, 외롭고 상처받은 그녀의 영혼에 동병상련지정을 느끼는 것. 심약하고 순진한 스튜어트는 그 사랑의 힘으로, 무시무시한 매 팔콘과 맞서 싸울 용기를 얻는다.
<스튜어트 리틀2>는 전편에 비해 휴먼 캐릭터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 스튜어트를 비롯, 그의 카나리아 애인 마갈로와 악당 팔콘이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배우들. 리틀 부부와 형 조지는 스튜어트의 액션에 ‘리액션’하는 정도의 미미한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꼬마돼지 베이브>에서처럼 실제 동물이 연기하되 입모양이나 표정을 컴퓨터로 잡아주는 기술이 동원된 고양이 스노우벨은 전작의 인기를 인식한 듯 겁많고 수다스러운 파트너로서 스튜어트의 모험에 동참하고 있다. 스튜어트가 사건사고를 벌이는 데 거침없어지면서, 볼거리도 많아졌다. 스케이드보드와 스포츠카 타기를 즐기는 스튜어트는 형 조지의 모형 비행기를 타고 뉴욕의 마천루와 센트럴 파크를 누비기도 한다. 그중 팔콘과의 고공 결투신은 압권이다.
‘어린이용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지만, <스튜어트 리틀2>는 어른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팁들을 곳곳에 심어놓은 것. 우선 성우들의 진용이 흥미로운데, 스튜어트로는 80년대 가족영화의 히어로였던 마이클 J. 폭스가, 그의 앙숙이자 동지인 스노우벨로는 코믹한 악동 이미지의 나단 레인이 전편에 이어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섹시 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멜라니 그리피스가 스튜어트의 연인 마갈로로, 남부럽지 않은 카리스마의 제임스 우즈가 악당 팔콘으로 합류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뿐 아니다. 홀로 하교하는 스튜어트의 등 뒤로 길버트 오설리반의 <얼론 어게인>이 흐를 때, 스튜어트가 마갈로와의 데이트에서 하필이면 <현기증>을 관람할 때(신분을 위장한 여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운명은 스튜어트와 닮은꼴이다), 그 기발한 설정에 무릎을 치게 된다.
1940년대부터 존재해온 베드타임 스토리를 영화화한 <스튜어트 리틀2>는 디지털 기술만 아니라면 시대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그 내용물이 고전적이다. 가족애는 기본, 우정과 사랑을 더불어 이야기하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소년소녀들을 부추긴다. 인간인 척하는 새앙쥐마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껴안는 코스모폴리스로서의 뉴욕에 대한 찬가 또는 판타지. 만일 <슈렉>이나 <그린치>처럼 ‘불온’한 동화가 요령부득이었다면, 그런 관객에겐 귀엽고 착한 동화 <스튜어트 리틀2>가 딱이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