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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1]
사진 이혜정 2002-07-12

신작 스캔들, 파이널 카운트 다운

그들의 촉수는 한창 예민하다. 빨간 속살이 드러날 만큼 부풀어올라 세상과 접촉하려고 안달한다. 감독 데뷔 2∼4년차, 장편 필모그래피가 1∼2편에 불과한 그들은 자기 영화세계가 완성돼 있지 않다. 그래서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을 찾아나선다. 그들이 이제 막 뭔가를 찾았다며 들고와 씻고 다듬고 자르기에 바쁘다.

90년대 후반, 30대 신인감독들이 대거 나타나 빛을 발하면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감독을 세대별로 봤을 때, 40대 이상의 머리 부분은 작고 20대의 다리는 짧으면서 30대들의 몸통만 커진 이상발육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30대 감독들은 80년대 한국 뉴웨이브 감독들까지 포함해 선배 세대에 젖줄을 대기 싫어한다. 장르를 중시하고, 그 안에 자기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이들은 작가와 장인,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들여다본다. 이들의 차기작이 궁금한 건, 단지 영화뿐 아니라 한껏 발기한 촉수로 낚아챈 이 시대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7∼8명을 염두에 두고 접촉한 결과, 사냥터에서 돌아와 자신있게 포획물을 내놓는 감독이 임상수(40), 김지운(38), 이재용(37), 민규동(32) 네명이었다. 넷 중 임상수, 이재용, 민규동 셋의 차기작이 공교롭게도 일탈되거나 서로 어긋나는 사랑의 이야기였다. 셋을 한데 묶으면 아주 독특하면서도 밀도있는 ‘사랑에 대한 삼색 단상’이 될 것 같다.

임상수 감독은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다른 이성을 만나는 ‘콩가루 집안’을 다룬 <마지막 연애의 상상>을, ‘간통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로 분류했다.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는 요부와 바람둥이가 정절녀를 타락시키는, 그것도 조선시대에, 불순한 멜로다. 둘에 비하면 민규동 감독의 <솔롱고스>는 온전한 편이다. 30대 남자가 몽골에서 잃어버린 아내를, 몽골 소녀와 함께 찾아다니다 사랑의 전이를 겪는다. 결혼한 뒤 찾아온 ‘제2의 사춘기’에 경험하는 이 사랑을 성장의 연장선에서 다뤄나가는, 쉽지 않아 보이는 테마다.

김지운 감독은 단편 <커밍아웃>의 코믹호러, 옴니버스영화 <쓰리>에서 중산층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스케치를 거쳐 정통 호러 장르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번 영화는 전통설화 <장화홍련전>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장화, 홍련>이다. 그는 <반칙왕> 같은 이전의 코미디에서도 공포와 대면하는 순간의 인간의 모습을 요긴한 실마리로 사용해왔다. 그게 정통 호러물로 옮겨가서 어떤 느낌을 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한 김 감독은 선문답하듯 머릿속 영화에 대한 단서들을 조각조각 던져줄 따름이었다. 독자들과 함께 맞춰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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