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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초이스 장편(경쟁부문) - 공포와 스릴, 블랙유머의 경쟁
2002-07-05

당신의 이웃에는 유령이 산다

◆ 검은 물 밑에서… 仄暗い水の底から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구로키 히토미

일본/ 2002년/ 101분

이 영화의 원작 <어두컴컴한 물 밑에서>는 <링>의 작가 스즈키 고지가 물을 소재로 엮은 연작 공포소설이다. 도쿄만

등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에서, 나카다 히데오는 특이하게 아파트 물탱크를 소재로 삼은 <부유하는 물>을 선택했다. 이혼수속중인

요시미는 딸 이쿠코와 함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첫날부터 마음에 걸리던 천장 물자국이 자꾸 커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요시미. 그녀는 자신의 집 바로 위층에 살던 소녀가 비 내리던 날 실종된 뒤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카다 히데오는 <링> <여우령> 등 선혈보다는 차갑고 음산한 기운이 서린 공포영화를 만들어왔다. <검은 물

밑에서…>는 스쳐가는 듯하면서도 섬뜩한 잔상을 남기는 그의 스타일이 일관되게 드러나는 영화. 버림받은 아이들의 아픈 정서가 배어 있어

쉽게 떨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 사마귀

부인 The Praying Mantis

감독 폴 하라더

출연 크리스티아네 회르비거, 우도 키에르 오스트리아/ 2001년/ 83분

트릭시 얀칙은 남편에게 가정부 취급을 받는 중년 주부. 남몰래 찾는 경마장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다. 그러나 트릭시의 비밀스런 도락을 목격한 이웃 남자 칼리는 그녀를 협박하고, 평생의 인내도 헛되이 빈털터리로 이혼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직면한 트릭시는 심장병을 앓는 남편에게 처방과 다른 약을 건넨다. 미망인이 된 트릭시는 돈 많고 애정에 굶주린 남자들과 차례로 결혼해 배우자를 독살하고 유산을 취하는 ‘사마귀 여인’이 된다. <사마귀 부인>은, 세상에는 발각되지 않은 살인사건이 산더미처럼 많으리라는 상상에서 싹튼 블랙코미디. 좋은 결혼만이 더 나은 삶을 얻는 유일한 길이었던 세대의 여성이 자신을 속박해온 굴레를 무기로 바꾼다는 설정이 역설적이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하는 관습적인 속임수 없이 투박한 용모 그대로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팜므 파탈로 변신하는 여인의 모습이 흥미롭다.

◆ 도니

다코 Donnie Darko

감독 리처드 켈리

출연 제이크 길렌할, 지나 말론

미국/ 2001년/ 122분

“넌 이상해.” “미안.” “칭찬이었어.” 주인공 도니와 여자친구 그레첸의 대화처럼 <도니 다코>는 매우 이상한, 설명을 거부하는 영화다. SF, 성장영화, 레이건 시대에 대한 리버럴한 회고담에 블랙유머까지 토핑된 리처드 켈리 감독의 이 야심적 데뷔작을 <뉴욕포스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시간여행이라고 요약했다. 1988년 가을. 빈집에 불을 지른 사건 이후 심리치료중인 고교생 도니는 그의 눈에만 보이는 거대한 토끼로부터 28일 뒤 닥칠 세계 종말을 통고받는다. 침실에 출처 불명의 747 제트기 엔진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를 몽유병 덕에 피한 도니의 주변에는 기괴한 사건이 연발하고, 학교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공포와 사랑으로 이분하는 정신개조 운동가를 초빙해 강연을 벌인다. 파멸의 날이 다가오면서 도니는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에 점점 사로잡힌다. 근원적 공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답게 1980년대 그룹 티어즈 포 피어즈의 노래가 절묘하게 쓰였고 의 할로윈 자전거 나들이부터 스머프 마을의 섹스문제에 관한 토론까지 80년대 대중문화의 기억이 넘쳐난다. 도니의 상담의로 분한 배우는 <졸업>의 캐서린 로스.

◆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 Mein Bruder der Vampir

감독 스벤 타딕켄

출연 로만 크니츠카, 마리 루이제 슈람 독일/ 2001년/ 94분

송곳니가 길게 튀어나온 창백한 청년과 신기하게 생긴 소녀가 어두운 밤하늘 밑 지붕에 달라붙어 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뱀파이어 오빠를 가진 소녀의 이야기인 것일까? 그러나 평범한 인간의 아침 식탁으로 카메라가 옮겨가면서 영화는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믿는, 서른살 생일을 눈앞에 둔 미숙아 요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는 뜻하지 않은 세계와 부딪히면서 기묘한 결말로 치닫는 세 남매의 성장기록이다. 그들의 고비는 첫 경험. 요쉬는 동생의 애인을, 막내 닉은 불량한 깡패 소년을 점찍고 그들만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스벤 타딕켄은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젊은 감독. <우리 오빠는…> 역시 호프와 로테르담영화제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전적이 있다. 그러나 수상 결과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혼자 아끼던 세계가 박살나는 절망과 그 절망을 위로하는 외톨이들의 사랑 방식이다.

◆ 이도공간

異度空間

감독 나지량

출연 장국영, 임가흔

홍콩차이나/ 2001년/ 100분

아파트에 혼자 사는 얀은 자신이 유령을 본다고 믿는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얀이 자살을 기도한 뒤 그녀의 사촌은 정신분석의 로를 소개해 준다. 얀은 로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안의 유령은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정말 무서운 일은 이때부터 일어난다. 로가 온몸이 부서져 죽은 소녀의 원혼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도공간>은 이처럼 초자연적 존재를 부인했다가 다시 긍정하는 듯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그 결과는 혼란이 아니라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공포다. 유령을 믿지 않게 된 얀이 얼굴을 스치는 원혼의 피투성이 손길을 느끼는 장면은 가슴이 내려앉을 것처럼 충격적이다. 나지량 감독은 <성원> <열화전차>의 시나리오 작가. 작가 출신답게 잊혀진 연인을 향한 고백도 마음 아프게 들려준다.

◆ 디

아이 The Eye

감독 옥사이드 팡, 대니 팡

홍콩, 타이

2002년/ 110분

<방콕 데인저러스>의 감독 팡 브러더스가 진가신이 차린 어플로즈픽처스와 손잡고 만든 공포물. 홍콩에 사는 20살의 여자 만은 두살 때 시력을 잃었다. 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받고 18년 만에 시력을 되찾은 뒤, 가끔씩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 성적표를 잃어버리고 부모에게 야단맞자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옆집 초등학생이 나타나 성적표를 보았냐고 묻는다. 한 음식점에서는 식당주인의 죽은 모녀가 나타나 진열대에 걸어놓은 훈제고기들을 핥아먹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머리가 반쯤 날아간 노인이 서성인다. 이런 섬뜩함은, 만이 지금까지 거울을 보고 알았던 자기 얼굴이 실제와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한 차례 더 증폭된다. 만은 자신을 믿어주는 젊은 담당의사와 함께 죽은 각막 증여자의 고향인 타이를 찾아간다. <식스 센스>식 공포로 신선하게 출발했지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의 한을 풀어준다는 후반부는 다소 평이하다. 그래도 서로 맞물리기 힘들 것 같은 전반부와 후반부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깔끔한 느낌의 공포영화다.

◆ 악마의

꼬리 The Devil’s Tail

감독 디미테르 페트코프

불가리아/ 2001년/ 87분

영화음악가 파벨은 오페라 가수 소냐와 오랜 연인 사이. 대저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등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사 오는 날부터 저택의 전 주인인 변호사 드빌(!)이 그의 곁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우연히 만난 젊은 여인에게 빠지면서, 그의 삶은 일대 위기를 맞는다. <악마의 꼬리>라는 제목은 오컬트 호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실체는 다르다. 갖고 있던 소중한 뭔가를 불시에 잃어버린 상황. 흔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하는 그런 미스터리의 배후에는 악마가 있어서, 잃어버린 그 무엇을 돌려받길 원한다면 악마의 꼬리를 잡고 다른 뭔가를 주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동구의 민간 전설이 스토리의 핵. 공포나 긴장보다는 ‘호사마다’의 교훈이 두드러지는 드라마다.

◆ 해적,

디스코왕 되다

감독 김동원

출연 이정진, 임창재, 양동근

한국/ 2002/ 106분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80년대를 추억하는 영화라기보다 동화 같은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다. 패기를 존중하는 깡패와 마음 착한 호스티스, 가난하면서도 맺힌 데 없는 사람들, 프로정신 투철한 제비가 등장하는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팍팍한 생활의 찌꺼기 따위는 거의 묻어나질 않는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누구라도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편한 자리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해적. 싸움 잘하고 의리있는 이 십대 소년은 첫눈에 반한 소녀 봉자가 친구 봉팔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봉자는 이미 아버지 약값을 벌기 위해 술집에 나가기 시작한 상태다. 호탕한 술집 주인 큰형님은 해적에게 일주일 뒤 열리는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 봉자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해적은 스텝이라곤 밟아본 적도 없는 ‘몸치’. 그는 오로지 사랑 하나에 기대 온몸 던지는 디스코 수련을 시작한다.

◆ 파우스토

5.0 Fausto 5.0

감독 이시드로 오르티즈, 알렉스 올레, 카를로스 파드리사

출연 미구엘 앙헬 솔라, 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

2001년/ 93분

플랫폼 가장자리에 불안하게 발을 디딘 채, 달려오는 열차를 바라보는 남자가 있다. 그는 외과 전문의인 파우스토 박사다. 지난해 소개된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파우스트>에 이어, 부천영화제는 스페인에서 날아온 또 한편의 흥미로운 파우스트 전설의 변주를 선보인다. <파우스토 5.0>은 유즈나의 영화만큼이나 원래의 파우스트 전설과는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화다. 파우스토 박사는 회의 참석차 방문한 도시에서 8년 전 자신의 환자였다고 주장하는 산토스 벨라라는 인물과 마주친다. 파우스토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벨라는 파우스토 주변을 계속 배회하며 그를 못살게 군다. 벨라의 출현과 함께 파우스토는 점점 불가해한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윤종찬 감독의 영화 <소름>이 심사위원 특별상 및 감독상을 받았던 2002년 판타스포르투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 수상. 임범·김혜리·김현정 유운성/ 영화평론가▶ Pifan2002 올 가이드: 개 ·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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