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재개봉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가 구설에 휩싸였다. 영화의 제작자이자 저작권자인 구복생이 개봉일을 일주일 앞둔 4월29일 한국 극장사들에 “현재 한국 내 개봉은 어떠한 공식 허가도 받은 바 없으며, 상영을 철회해달라”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받은 한국예술영화관협회는 4월30일 '영화 <비정성시> 상영 중단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해 "원권리자의 공식적인 상영 철회 요청과 수입사의 소명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전국 회원사의 상영 중단을 결정하었다"라고 밝혔다. 구복생의 공문을 전달한 인물은 지난해 제2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그와 접촉해 4K 버전의 <비정성시>를 상영했던 양인모 라이트하우스 대표다. 양 대표는 “권리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극장의 판단을 돕기 위해 해당 공문을 한국예술영화관협회와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극장측에 원문 그대로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지난 36년간 이 작품이 재개봉되지 않은 배경에 관해 “절차상 허가의 까다로움으로 <비정성시> 개봉과 상영을 대부분 성사시키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K 복원판 상영은 “절차를 하나하나 해결”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대만과 싱가포르 등 일부 중화권을 제외하곤 최초”라고 그는 덧붙였다.
<비정성시>를 수입한 이창준 에이썸 픽쳐스 대표는 <비정성시>를 “프랑스 세일즈사인 필름 상 프롱티에르로부터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필름 상 프롱티에르가 제작일로부터 5년 지난 1994년 10월5일, <비정성시>의 제작자인 구복생으로부터 전세계 저작권 및 저작권 상표를 구입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을 다수 수입해온 에이썸 픽쳐스는 과거 이 세일즈사와 <해탄적일천> 판권을 계약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문제가 없으리라 보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지금까지 8편 수입했는데, 계약한 회사가 5곳이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 등 영화마다 저작권을 가진 회사가 달랐다”라며 “마찬가지로 대만 감독인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 역시 프랑스 회사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만 뉴웨이브 걸작을 기다렸던 팬들은 재개봉 소식에 반가움을 표현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식으로 영화를 만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