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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 시절, 그 공간의 공기를 오롯이, <겨울의 빛>

영화는 다빈(성유빈)이 어린 동생의 하굣길을 마중 나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 터벅터벅 걷는 걸음. 이 잔잔한 오프닝은 18살 다빈의 삶을 감지하게 한다. 다빈은 공부도 제법 잘하고 착실하지만, 집안 형편은 녹록지 않다. 엄마 경옥(이승연)은 청각장애를 앓는 은서(차준희)를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아빠는 안 계시고 형은 떠났으며, 단짝 친구 정원(임재혁)은 가족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다. 다빈의 삶은 겉으로 보면 큰 문제 없이 잠잠하지만, 실은 기댈 곳 없이 적막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빈에게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여자 친구 재은(강민주)과 함께 떠나는 싱가포르 교류 연수. 그는 연수비를 모으기 위해 모텔에서 정원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번 겨울, 다빈은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차지한 <겨울의 빛>이 극장에서 관객을 찾는다. <나무>(2020)와 <터>(2021)를 연출한 조현서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터>로 2022년 서울충무로영화제 올해의 감독상,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대상 등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겨울의 빛>은 조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다빈이 진 삶의 색채를 감각하고 그 무게를 존중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그 삶을 해체하거나 몇개의 프레임으로 환원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조 감독의 청소년기, 도시에서 살아내던 기억을 반영했지만 창작자와 작품, 인물과 배우 그리고 카메라의 중층적 거리를 고심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빛을 더듬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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