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 2, 3위가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던 이래로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12월23일 기준). 2025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박스오피스 1위 <주토피아 2>, 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톱5의 과반수를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세 작품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봉한 <주토피아 2>는 개봉 14일차에 400만명을 모객하며 최단 기간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올해 유일하게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원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뿐히 뛰어넘고 전 세대로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압도적 존재감을 입증한 재패니메이션 IP 또한 고공 행진했다. 개봉 당일 오전까지 사전예매량 90만장을 넘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누적 관객수 568만명을 달성하며 여름 시장의 가시적인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영화산업에서 재패니메이션을 마니아층 탄탄한 서브컬처로 받아들이던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전복됐다. 시리즈 내에서만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니라 영화 시장 전반에 남은 기록적인 수치라는 점에서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관객까지 포섭하는 데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여름을 장식했다면 342만명의 스코어를 남긴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추석 연휴의 승자가 됐다. <어쩔수가없다> <보스>와 같은 한국영화 사이에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긴 연휴의 후반부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장 밖에서도 애니메이션은 큰 축으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열풍적인 글로벌 흥행을 이끌며 오히려 극장에서 역개봉하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전세계인이 과 을 한국어 가사로 부르고, “라멘이 아닌 라면”이라고 자발적으로 호칭을 정정하는 운동이 벌어지면서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문화적 유동성과 대중적 스며듦의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이 계속해서 쏟아진 해이기도 하다. 2025년 2월 가장 먼저 포문을 연 <퇴마록>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역동적으로 재현하며 게임 전투 장면을 방불케 하는 연출을 쏟았다. 4월에는 언리얼 엔진 기술을 활용하며 테크니컬 성취를 쌓은 <미스터 로봇>이, 5월에는 한지원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작화가 돋보인 넷플릭스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이 관객을 만났다. 온 가족의 무난한 선택을 받기 좋은 추석 시장에는 <연의 편지>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가 함께했다. 한해 동안 다양한 소재, 장르, 연출과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이 공개됐지만 그 결과는 썩 만족스럽진 않다. <퇴마록>은 누적 관객수 50만명, <미스터 로봇>은 2만7천명, <연의 편지>는 22만명,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7만1천명의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2025년 한국 영화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달려온 한국 애니메이션도 스토리텔링 강화, 메인 타깃 분석 등 높은 기술력에 걸맞은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