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성장판이 아직 안 닫혔다.” 지난 10월26일 JTBC <뉴스룸>인터뷰에서 배우 류승룡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 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속 주인공 김낙수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김낙수뿐만 아니라 배우 자신을 향한 수사, 되고자 하는 이상향이기도 할 것이다. 시리즈 부문 ‘올해의 남자배우’로 선정된 류승룡은 2025년 한해, 디즈니+ 오리지널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과 JTBC <김 부장>두편의 시리즈를 선보이며 여전히 닫히지 않은 성장판을 가진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7번방의 선물>(2012)과 <극한직업>(2018)이라는 두편의 ‘천만 코미디영화’를 보유한 그도 “코미디 연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김낙수를 연기하며 자신의 연기 기조를 다시 한번 코미디에 두는 용기를 냈다. “50대 꼰대의 모습을 광대처럼 그리고자” 했던 배우의 전략은 이내 적중했다. 눈물이 나야 하는 상황인데 웃기고, 웃어야 하는 상황인데 눈물이 나는 류승룡식 ‘희비극’은 평자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그의 캐릭터는 “밉상이다가 또 짠해지기도”(유선주) 하며, 그의 주름에는 “낙관과 비관이 함께 깃들어”(진명현) 있다. “자신은 울고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웃고, 자신은 웃고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눈물이 나는” 코미디를 지향한다고 말한 류승룡의 목표가 정확히 당도한 셈이다.
류승룡이 빚어낸 김낙수를 향한 찬사는, 관객이 허구의 인물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그가 얼마나 완벽하게 장악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미운 인물에게 ‘눈총’을 보내다가도 ‘연민’을 느끼고, ‘종국’에는 애정하게 된다”(남선우). 이 기획은 태생적으로 “‘이 시대 아버지의 초상’과 같은 흔한 수식어로 요약될 수도 있고”(남선우), 대중문화에서 반복되어온 중년 남성의 애환이라는 소재 탓에 “이야기도 감정도, 다 아는 것”(이우빈)처럼 느껴질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 전형성을 뚫고 김낙수를 “한명의 인간으로 살아 숨 쉬게 한”(남선우) 것은 배우 류승룡의 연기였다는 것이 평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는 “(대사의) 리듬과 (감정의) 완급”(유선주)을 세밀하게 조율할 줄 아는 “왈츠를 추는 복서”(유선주)와 같은 배우다. 2025년, 류승룡은 1970년대의 불한당(<파인>)부터 오늘날 서울의 대기업 부장까지 “세월로 쓴 얼굴”(진명현)들을 매 작품 갈아 끼웠다. 때로는 서늘한 카리스마로, 때로는 보는 이를 괴롭게 하는 궁상맞음으로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류승룡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2025년의 풍경은 우리에게 “비애와 자유를 동시에 느끼는”(박현주)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