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시리즈는 현존 최고의 시각효과 기술로 만든 작품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판도라 행성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해낸 결정적 이유가 실은 진일보한 시각효과 기술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는 영화와 극장의 미래까지 다 떠안은 듯 <아바타: 불과 재>를 홍보하는 동안 AI가 전혀 쓰이지 않은 영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바타: 불과 재>가 구현한 여러 기술들을 키워드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어떤 특수 상영관에서 <아바타: 불과 재>를 볼지 선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정보다.
퍼포먼스 캡처
과거엔 모션 캡처, 모캡이라고도 불렸던 이 촬영 기술은 배우들의 감정까지도 잡아낸다는 뜻의 퍼포먼스 캡처로 용어 변경을 거쳤다. 배우들이 보디 슈트를 입고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뒤집어쓴 채로 연기한다. 이들이 연기하는 공간은 볼륨이라고 불리는 세트장으로, 100여개가 넘는 적외선카메라로 둘러싼 이 공간에서 배우들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그대로 골격 데이터로 변환되고 컴퓨터에서 그래픽으로 실시간 전송되어 볼 수 있다. 배우들이 연기할 때 태양광의 각도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없는 곳이지만 <아바타: 불과 재>촬영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중촬영이었다.
수중촬영
배우들이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적외선카메라 촬영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수중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하려면 지상에서의 촬영과는 전혀 다른 변수가 생겨버린다. 그것이 고스란히 데이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제작진은 처음에 지상 촬영을 먼저 고려했다. 짐벌과 와이어 스턴트 기술을 동원해서 배우들을 전부 촬영장 허공에 매달아두고 촬영한 뒤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히는 작업으로 촬영했다. 결과는 너무나 어색했다. 배우들의 동작이 전부 중력의 영향을 받았다. 결국 제작진은 배우들을 위한 수중 세트를 짓기로 결정했다.
퍼포먼스 캡처를 위해 지은 거대한 수중 세트 안에는 파도 생성기가 있어 수중 풍동, 즉 거센 물살을 만들 수 있었다. 시속 18km의 물살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극 중 물에 사는 멧카이나 부족이 땅과 바다를 오가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엔진이 달린 기계장치를 만들어 생명체를 대신했고, 배우들이 그것을 타고 다니며 연기하게 했다. 적외선카메라가 통하지 않는 물속에서는 자외선 LED를 활용했다. 그런데 또 수면이 문제가 되었다. 물속의 카메라가 수면을 올려다보면 움직이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캐머런 감독은 과거 <어비스>를 촬영할 때 썼던 방법을 응용했다. 촬영장 수조에 탁구공 3분의 2 크기의 하얀 플라스틱 공을 깔아서 빛의 반사를 차단하고, 물의 움직임 데이터도 얻었다.
가짜 속에서 진짜 연기를
디즈니+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불과 물: 아바타 제작기>에는 수중 세트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다. 거대한 툴쿤의 죽음을 슬퍼하며 오열하는 로날 역의 케이트 윈슬럿이 물속에서 붙잡고 있는 것은 차디찬 쇠창살로 이뤄진 모형이다. 숲에서 살던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아이들이 물 위에 사는 멧카이나 부족을 만나 바다를 경험하고 그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 중에는 수상 비행이 가능한 제토베이터를 타고 수면 위와 아래를 힘겹게 오가며 노력한 스턴트 배우들이 만들어낸 장면이 쓰였다. 실제로 바다에서 배를 띄워놓고 찍은 장면은 한컷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바타: 불과 재>촬영에 임한 모든 배우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판도라 행성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겪고 있는 듯 연기했다. 그 순간은 진짜 연기다. 시각효과 기술은 그들이 연기한 진짜 감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재현과 기록의 차이랄까. 네이티리 역의 조이 살다나는 이번 영화 촬영을 회상하면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물을 재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물속에서 연기하는 걸 도와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바타> 시리즈의 시각효과가 이룬 성과와 지향점이 그의 말에 담겨 있다.
3D
다소 해묵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각효과 기술을 개발해가며 영화를 찍었다. 그는 1993년 특수효과 감독인 스탠 윈스턴과 함께 디지털 도메인을 설립해 <타이타닉>을 만들었고 아카데미를 휩쓸며 영화계의 왕이 되었다. 그의 다음 관심사가 바로 3D였다. 1996년 유니버설 스튜디오용으로 제작된 12분짜리 3D영화 <터미네이터2 3D>를 만든 이후, 어떻게 하면 기존 카메라와 영사기를 활용해 최적의 3D 촬영을 해낼지 연구를 거듭한 그는 과거 <어비스>에서 수중 조명 시스템을 도입해 아카데미 기술상을 받은 3D 전문가 빈스 페이스와 함께 HD 기술로 3D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 3D 전용 카메라를 만들었다. <아바타> 시리즈를 3D로 구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판도라 행성 자체가 완벽한 가상 세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리즈에서 3D 효과를 단지 관객의 시선을 교란하거나 깜짝 놀라게 할 목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야기의 배경인 판도라의 풍광을 스크린 안쪽으로 들어가게끔 연출해 공간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물론 수중과 수면을 자유롭게 카메라가 움직이며 스크린 바깥으로 파도가 튀는 걸 3D로 포착하는 효과는 <아바타>1편을 만들 당시엔 표현하지 못한 장면이다.
HFR(High Frame Rate)
필름 카메라의 일반적인 촬영 프레임 속도는 24프레임(FPS)이며, 그 이상의 속도로 찍힌 이미지에서는 비디오게임을 보는 것 같은 부드러움을 느끼게 된다. 48, 60, 내지는 비디오게임에서 주로 구현하는 120프레임까지 가게 되면 초당 재생되는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관객이 눈으로 인지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보다 뚜렷하게 보인다. 요새는 집에서 흔히 쓰는 스마트TV에서도 영상을 HFR로 업스케일링해주는 기능이 있으므로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 물의 길>때 이미 강조했듯, 이 시리즈의 촬영 방식, 그리고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영사기의 스펙에 있어 HFR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3D영화가 갖고 있는 단점들, 어지럼증이나 흔들림으로 인한 시각 정보의 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티켓을 구매할 때 영화 제목 옆에 3D HFR이라 적혀 있으면 제작진의 온전한 연출 의도를 느낄 수 있는 상영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대화 장면보다는 역동적인 액션 장면, 캐릭터의 행동이 과감하거나 빠르게 이동할 때 이 기술이 적용돼 부드럽고 뚜렷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일반 영화에서는 렌즈를 통해 다채롭게 포착할 수 있는 선명도(sharpness)의 영역을 3D영화에서는 HFR로 대체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OTT에서 서비스되는 <아바타><아바타: 물의 길>은 ‘트루컷 모션’(TrueCut Motion)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리마스터링을 거쳤다. HFR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이른바, ‘비디오게임룩’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한 후반작업 기술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