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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의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임을, <이상한 나라의 미자> 김진주 시민창작자
이우빈 2025-11-28

사진제공 김진주

“그동안 편하게만 여겼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이에 <이상한 나라의 미자>를 만들게 됐다.” 김진주 연출자의 메시지는 이처럼 확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며 우리 사회가 키오스크 도입 등 비대면 시스템의 편리함을 추구하게 됐지만, 이런 시대의 속도에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는 것을 여러 매체의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사회 전반의 대다수가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상한 나라 의 앨리스>라는 고전문학의 틀을 빌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다. 영화의 시작에서 미자가 홀로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는 장면은 디지털 시대에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듯한 특유의 감성을 드러내려는 마음에서 구성됐다. “TV 속 영화의 인물들이 활기차게 인사하는 밝은 모습이 정적인 미자의 현실과 대조되도록 만들고 싶었다.” 고전 뮤지컬의 향취는 작품의 중간에도 활용된다. 길을 건너던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일련의 뮤지컬 시퀀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따스함을 최대한 작품 속에 끌어오고 싶었던” 연출자의 목적이었다. 이미지의 대조는 작품의 색채에서도 나타난다. 미자가 홀로 집에 있던 영화의 초반엔 화면이 흑백이고 미자가 굴에 빠지고 나서는 화면이 컬러로 전환된다. “보통 추락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여기선 미자의 추락이 일종의 해방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이때 흑백에서 컬러로의 변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컬러의 이상한 세계로 들어선 미자가 마주한 모습은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인간들이다. 그리고 이 이어폰은 이후에 또 다른 노년 남성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무선 이어폰을 새로운 세상의 문물로 여길 수밖에 없는 계층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고, 이러한 낯섦과 불편함이 비단 특정한 개인뿐 아니라 다수의 디지털 소외계층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진주 연출자는 계속해 사회 취약계층, 특히 노년층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고 싶단 포부를 지니고 있다. “할머니들이 밴드음악에 빠지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보통 청춘들의 이야기로 여겨지는 격렬한 밴드 서사를 역이용하여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더 깊고 풍부하게 그려내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미자>

단편 부문 | 김진주 | 8분17초 | 애니메이션 | 전체관람가

집에서 홀로 흑백의 고전 뮤지컬영화를 보던 노년의 여성 미자는 갑자기, 집 담벼락의 구멍에 빠지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토끼를 따라가던 미자는 무선 이어폰 한쌍을 줍고 본격적으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선다. 다만 이곳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꽤 닮았다. 기계처럼 멍하니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귀에는 모두 무선 이어폰이 장착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거나 듣지 않는다. 미자는 다른 이들이 쉽게 사용하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이나 식당의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아 이 기묘한 도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맴돌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미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적절히 변용한 서사구조를 통해서 우리가 자연스레 사는 현실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이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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