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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의 장소들’, 아홉산숲과 이종만 가옥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5-10-27

장대하고 빼곡한 대나무, 아홉산숲과 이종만 가옥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있는 아홉산숲은 무려 1만평 대지에 조성된 대규모 산림이다. 임진왜란 이후 400년 넘게 남평 문씨 가문이 가꾸어온 사유지이지만, 2015년경부터 시민에게 공개되어 부산의 유명 관광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홉산숲의 대표적인 수목은 굵은 대나무 종류 중 하나인 맹종죽이다. 그외에도 금강소나무와 희귀 대나무 종인 구갑죽, 100년 넘은 배롱나무 등 다른 곳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자연물로 가득하다. 도심의 향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이 감각 덕에 아홉산숲은 <군도: 민란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대호>등 시대극은 물론, 초월적 판타지였던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촬영 장소로도 활용됐다.

맹종죽과 금강소나무에 둘러싸여

아홉산숲의 메인 로드라 할 수 있는 곳은 맹종죽 숲으로 조성된 굿터와 평지대밭이다. 굿터는 밀도 있게 자란 대나무가 빼곡하게 밀집되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며, 평지대밭은 넓은 대지 위에 있어 숲 중간중간에 길이 나 있다. 위 사진은 굿터에 있는 맹종죽 숲의 경관이다.

아홉산숲은 넓은 규모만큼이나 촬영 공간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대나무 숲뿐 아니라 천연 금강소나무 수백 그루가 보존되어 있는 소나무 숲도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주로 이뤄졌던 송진 채취 등의 훼손 자국 없이 잘 보존되어 있는 희귀 수목인 터라 대부분의 소나무가 국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길 중간엔 아홉산숲에서 촬영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안내판에 적혀 있는 대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우씨왕후><옥중화><왕은 사랑한다>등 수많은 작품이 촬영됐다.

남아 있는 촬영의 흔적들

이민호, 김고은 배우가 주연을 맡고 김은숙 작가가 각본을 쓴 판타지 사극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도 아홉산숲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더 킹: 영원의 군주>1화에서 역모를 일으킨 이림(이정진)이 도망을 가던 중 거대한 돌기둥 사이에 생겨난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 시간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그 신비한 돌기둥은 고스란히 아홉산숲에 남아 있다. 이끼가 잔뜩 끼고 맹종죽의 그림자에 가려 음지에 자리 잡은 돌기둥의 신비함 역시 그대로다.

산 중턱에는 박훈정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촬영 당시에 지은 ‘서낭당’이 보존되어 있다. 작중 포수인 만덕(최민식)이 호랑이를 잡으러 숲에 들어가기 전 마을 수호신에게 마을을 보호해 달라고 가볍게 기도하던 장면에 등장한다. 아홉산숲은 촬영용으로 지어둔 건물을 보존하여 관광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홉산숲이 유명한 촬영지가 된 데엔 <군도: 민란의 시대>의 덕이 컸다. 원래 외부 공개가 되지 않던 사유지를 촬영 장소로 설득했던 것이 바로 <군도: 민란의 시대>제작진이었다. 사유지의 주인 일가와 직접 만나 공을 들인 끝에 최초로 영화 촬영 허가를 받게 됐다는 후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도치(하정우)와 조윤(강동원)이 결투를 펼치는 주요 공간이 바로 아홉산숲의 맹종죽 숲 일대였다.

아홉산숲의 구석구석

아홉산숲 초입엔 사유지의 주인인 문씨 일가의 종택 ‘관미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전통 가옥은 크게 두채로 나뉘어 있으며, 한편엔 일가의 조상을 모시는 작은 사당도 마련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과 건조 시에 못을 사용하지 않은 전통 방식의 외관 덕에 청명한 인상을 준다. 아직 이곳에선 영화, 드라마 등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무척 인상적인 촬영 장소가 될 법하다.

관미헌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면 희귀종 대나무인 구갑죽이 있다. 마디와 마디 사이의 모양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8세기 중국에서 수입한 대나무로 국내엔 아홉산숲에서 기르는 구갑죽이 유일했지만, 최근엔 울산 태화강 인근 등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홉산숲 평지대밭의 맹종죽 숲 일대 경관.

과거로의 여행, 이종만 가옥

아홉산숲에서 자동차로 20여분 이동하면 부산 기장군 기장읍 서부리에 있는 이종만 가옥을 찾을 수 있다. 1936년에 지어진 한일 절충식 주택이며, 목조 기반에 일식 기와로 지어진 특이한 형태의 건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시대극을 촬영하기 좋은 분위기 덕에 <해운대>의 엔딩 장면, <국제시장>속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의 결혼식 장면 등이 촬영됐다.

최근 이종만 가옥에선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이 촬영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이태신(정우성)이 살던 집으로, 이태신의 따스한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기에 적합한 장소였으며 “그 시대에 있을 법한, 그리고 그 인물이 살았을 법한 가장 현실적 공간”(이용수 프로듀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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