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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의 장소들’, 흰여울문화마을과 영도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5-10-27

바다 향과 근대의 향수가 가득한 곳, 흰여울문화마을과 영도

부산 영도는 드넓은 바다의 풍경, 오래된 마을과 조선소 공단, 피난 도시 시절 만들어진 긴 역사의 건물들이 한껏 모여 있는 천혜의 촬영지다. 그중 <변호인><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암수살인>등 수많은 영화의 촬영 장소로 각인된 흰여울문화마을은 이미 영화 관광지로 발돋움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지가 됐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멀지 않은 깡깡이예술마을 역시 많은 영화·시리즈의 촬영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그외 영도 일대의 인기 있는 촬영 장소를 거닐며 영화와 근대 유산의 추억을 되살렸다.

한국의 산토리니, 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은 까마득한 해안 절벽 위에 조성된 마을이다. 애초엔 한국전쟁 중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비애의 역사가 담겨 있었으나,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과 바다의 절경 덕에 부산의 유명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좁고 길게 펼쳐진 흰여울문화마을의 흰여울길에선 넓은 남해와 봉래산 일대의 산자락과 도심을 지켜볼 수 있다.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인 송우석(송강호)이 살던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1981년 부산의 부림사건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인 만큼 당시의 분위기를 실현할 수 있는 촬영 장소가 필요했다. 양우석 감독의 말처럼 부산과 흰여울문화마을은 “<변호인>이란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의 메인 로드라 할 수 있는 흰여울길 초입엔 흰여울문화마을에 대한 정보, 그리고 흰여울길을 특정 장소들로 나눈 안내 지도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흰여울길 곳곳엔 지도에 맞춘 장소별 알림판이 자리 잡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에 들어서면 ‘흰여울문화마을 영화기록관’이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건물 내부 안내소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부터 <태풍><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암수살인>등 흰여울문화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던 영화들의 촬영 장소가 친절히 안내되어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의 실제 주민들이 안내소를 운영하며, 각 영화의 촬영 비하인드를 설명해주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집을 배경으로 찍을 수 있는 가상 촬영 스폿도 소개했다. 영화, 드라마 등 스토리 IP가 공동체, 공간, 마을의 역사와 하나가 되어 또 다른 가치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흰여울문화마을은 현재 관광지로 개발되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촬영됐던 10여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남기되 카페, 관광지, 굿즈숍 등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양식과 관광지로서의 균형이 맞춰져 있다. 골목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뜻한 모습이 숨어 있었고, 흰여울길 전반은 문화마을이라는 이름에 맞게 벽화와 미술 소품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20세기 후반 부산의 풍경과 함께 21세기 부산의 현황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촬영 장소가 된 것이다.

이 장면 바로 이곳에서!

<변호인>의 주인공 우석이 본격적으로 변호를 맡기 위해 갔던 진우(임시완)의 집이 바로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촬영됐다. 80년대 부산의 시공간을 그대로 간직한 언덕길의 작은 집들과 서양식 가옥, 그리고 너르게 펼쳐진 부산 바다는 <변호인>의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당시 촬영 지원을 맡은 부산영상위원회 이승의 팀장은 “<변호인> 이후 흰여울문화마을이 본격적인 부산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영화 촬영 지원을 통해 부산의 뛰어난 관광지를 발굴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속 주인공 익현(최민식)의 집 역시 흰여울문화마을에 있었다. 집 내부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지은 세트지만 집 바깥에 그려진 공간은 흰여울길이다. 익현의 여동생과 결혼하려는 김서방(마동석)이 익현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 그리고 익현이 형배(하정우)와 진짜 나쁜 일을 도모하며 성공할 때쯤 이사 가는 장면이 흰여울길에서 촬영됐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본 부산 바다 전경. 대형 선박들이 바다 곳곳에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향수를 가득 품은 곳,깡깡이예술마을

1968년에 영업을 시작한 이 가게는 여전히 20세기 한국의 다방 형태를 유지하며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무빙><라이프 온 마스>등의 작품이 촬영됐다. <무빙>의 주인공인 구룡포 장주원(류승룡)의 과거가 드러난 곳이다. 작중에선 인천으로 피난한 장주원이 다방 직원 황지희(곽선영)와 만난 곳이자 프러포즈를 하는 곳으로 연출되는데, 사실은 이곳 부산의 양다방에서 촬영됐다.

흰여울문화마을 인근의 깡깡이예술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조선소가 밀집해 형성된 곳이자, 피난민들의 터전이 아직 간직된 곳이다. 근현대의 향수가 가득 묻어 있는 만큼 최근 20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삼은 다수 작품의 촬영 장소로 떠올랐다. 눈썹 모양의 아치형으로 건조된 가옥들의 모습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축양식으로 보존돼 있다.

깡깡이예술마을의 골목엔 시간의 흔적이 가득하다. 수십년째 이어지는 작은 조선소, 선박 수리소가 즐비해 있고 작은 항구도 마련돼 있다. 한소희 배우 주연의 시리즈 <마이 네임>에서 주인공 윤지우(한소희)가 적들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이곳 깡깡이예술마을 인근의 부둣가에서 촬영됐다. 깡깡이예술마을엔 20세기식 항구 마을의 건축양식인 돌담과 오래된 전봇대 등이 있어 여전히 과거의 향수를 내뿜고 있다. 맞은편에는 <열혈사제2>등이 촬영된 부산공동어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촬영장으로 되살아난 폐공장

깡깡이예술마을 근처에 있는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역시 최근 여러 작품의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공단의 골조만 남아 확보된 넓은 부지가 매력적인 촬영지다.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주인공 하영은(송혜교)과 윤재국(장기용)이 만나는 패션 화보 촬영 장소로 활용됐고,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나 독립영화 <천국은 없다>등이 촬영되기도 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등장한 e스포츠 대회 ‘2022 MSI in Busan’의 광고 영상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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