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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밀레니얼의 문화 코드를 노려라, 게임 원작 영화의 현재와 미래
박동수 2025-10-24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한다는 속설도 이젠 옛말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대형 게임 프랜차이즈의 영화화는 흥행과 비평적으로 대개 실패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수퍼 소닉>시리즈, <언차티드><프레디의 피자가게>등이 흥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대성공(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중 극장 흥행 2위)으로 지금은 게임 원작 영화가 대거 제작되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2025년에 국내에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게임 원작 영화만 해도 <마인크래프트 무비><보더랜드><언틸 던: 무한루프 데스게임><8번 출구>등 4편이다.

미디어 소비 환경의 변화,즉각적 리액션을 중심으로

<수퍼 소닉3>

게임 원작 영화의 제작에 가장 열성적인 스튜디오는 소니픽처스와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있는 세컨드 파티 제작사의 게임 IP를 적극 활용하고자 설립됐다. 2022년 <언차티드>를 시작으로 영화 <그란투리스모> <언틸 던: 무한루프 데스게임>등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트위스티드 메탈> 등의 TV시리즈를 제작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인트로 영상처럼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또한 게임 <갓 오브 워><호라이즌 제로 던>등 캐릭터가 등장하는 인트로 영상을 영화 앞에 삽입하고 있다.

게임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기세가 주춤해진 2020년대, 할리우드가 새로이 주목하는 IP 금맥이다. 게이머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를 보는 시청자 또한 게임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 잡은 지금, 게임의 영화화는 게이머와 인터넷방송의 시청자를 두루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미국 개봉 당시 리액션 비디오가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숏폼 콘텐츠로 바이럴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8번 출구>또한 인터넷방송을 통해 흥행한 원작 게임과 같이 마치 누군가의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영화 내내 심어준다. 게임 원작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단지 잘 각색된 한편의 영화로 대하기보단 게이머와 인터넷방송 시청자가 두루 공유하는 게임 플레이의 순간, 혹은 게임에서 파생된 밈을 두고 벌어지는 유희를 발견하는 쪽에 가깝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게임 원작 영화의 문화적 코드들 또한 과거에 비해 젊어졌다. 2020년 개봉한 <수퍼 소닉>은 90년대 이후의 문화적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010년대에 영화화된 슈퍼히어로영화, <맨 인 블랙>과 <분노의 질주>를 인용하는 농담 등이 포함됐다. <수퍼 소닉>은 유년기에 게임 <소닉 더 헤지훅>을 즐겼으며 21세기의 할리우드 흥행작들을 보고 성장한 밀레니얼세대의 놀이터였다. <명탐정 피카츄>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또한 <포켓몬스터>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시리즈를 플레이하며 성장한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1980~90년대에 태어나 1990~2000년대의 게임들을 플레이했고, 2010년대의 콘솔게임과 인디 게임을 즐긴 이들이 지금의 게임 원작 영화가 겨냥하는 주요 관객이다.

나아가 게임 원작 영화의 대부분이 여전히 평단의 외면을 받는 것과 반대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지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게임의 영화화 방식이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IP가 갖는 고유한 성질, 이를테면 게임 플레이를 화려하게 구현한 듯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캐릭터의 이미지가 갖는 강렬함에 주목한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사례는 한편의 완성된 영화로 구성되길 꾀하기보단 관객들의 즉각적인 리액션을 끌어낼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데 주목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그것의 극단적 사례일 테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화의 대상이 되는 게임의 폭 또한 넓어졌다. 기존의 게임 원작 영화는 소니, 닌텐도, 캡콤, 엑스박스 등 대형 게임 제작사/퍼블리셔의 메가 히트작을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최근에는 다양한 인디 게임들 또한 새로운 IP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화는 물론 TV드라마까지 제작된 대만의 인디 게임 <반교: 디텐션>, 연말 속편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프레디의 피자가게>,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8번 출구>등이 여기에 속한다. 앞으로도 <파피 플레이타임>과 <헬로 네이버><밴디와 잉크 기계><다크 디셉션><아웃 라스트>등 다양한 인디 호러 게임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는 블록버스터의 규모를 요구하는 트리플A 게임보다 저예산으로 제작 가능한 호러 장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다방면으로 IP를 확장해온 블룸하우스가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이어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영화화를 준비 중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가오는 거대 IP와 속편들

다만 게임 원작 영화의 전망이 밝다고만 단정하긴 어렵다. 현재 제작이 예정된 게임 원작 영화들의 현황은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지난 몇년간 할리우드에서 시퀄·프리퀄·리메이크·리부트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어온 흥행 IP의 재활용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서는 게임 팬들이 많을 것이다.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이 제작된 <프레디의 피자가 게2><모탈 컴뱃2><수퍼 소닉4>등의 사례가 위와 같은 재활용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예고편을 공개한 <사일런트 힐>의 속편인 <리턴 투 사일런트 힐>,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레지던트 이블>의 리부트처럼 과거의 히트작을 다시금 소환하는 사례도 있다. 즉 그럼에도 기대를 해본다면 기존의 게임 원작 영화가 신인감독의 데뷔작이거나 (우베 볼처럼) 역량 없는 감독의 원작 파괴에 그쳤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A24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앨릭스 갈런드와 게임 <엘든 링>의 영화화를, <피그>의 마이클 사노스키와 <데스 스트랜딩>의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게임 제작자 고지마 히데오의 역작 <메탈 기어>시리즈 또한 오스카 아이작 주연에 <콩: 스 컬 아일랜드>의 조던 보트로버츠 연출로 제작이 진행 중이다. <데이즈 건><그래비티 러시><헬다이버즈><호라이즌 제로 던>등 세컨드 파티 스튜디오 원작 게임의 영화를 대거 준비 중인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은 <존 윅>시리즈의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와 함께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제작하고 있다. 채드 스타헬스키는 FPS 게임 <레인보우 식스>의 영화화까지 진행 중이다. 닌텐도와 소니의 합작으로 제작에 들어선 <젤다의 전설>은 <메이즈 러너>시리즈의 웨스 볼이 연출을 맡아 진행 중이며, 무수한 게임 원작 영화를 연출했던 폴 W. S. 앤더슨은 (우베 볼이 망쳤던)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새로운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 2020년대 이후 펼쳐진 게임 원작 영화 시대의 정점을 찍을 것인가.

©BANDAI NAMCO ENTERTAINMENT INC. / ©2025 FROMSOFTWARE, INC.

게임 <엘든 링>. 지난 5월 제작사 A24가 앨릭스 갈런드(<시빌 워: 분열의 시대> 연출, <28년 후>각본 등) 감독을 연출·각본가로, 조지 R. R. 마틴(<왕좌의 게임>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작가) 등을 프로듀서로 기용해 영화화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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