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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계의 지지대가 될 수 있도록,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엄태화, 장재현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5-10-16

2021년 6월 잠정 휴지기에 들어간 미쟝센영화제가 4년이 지나 설레는 ‘다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단편영화의 가치와 무게를 아는 7명의 감독이 마음을 모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 <우리집>윤가은 감독, <엑시트>이상근 감독, <메기>이옥섭 감독, <파묘>장재현 감독, <승리호>조성희 감독, <D.P.>한준희 감독까지 각자의 영화제를 기억하는 이들은 조금씩 손을 보탰다. 바야흐로 낭만 멸종의 시대, 오직 효율과 자기 이득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여전히 단편영화를 향한 사랑과 수호를 내세우는 이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를 마주한 순수한 열의로 낭만 치사량을 초과한 장재현, 엄태화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장재현, 엄태화(왼쪽붜).

- 미쟝센영화제를 리부트하거나 재탄생시키는 게 아니라 이전 영화제를 이어간다는 뜻을 알린 적 있다. 제21회 영화제에서 무엇을 가장 잘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엄태화 미쟝센영화제가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재현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영화제가 이렇게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그렇게 오랫동안 얘기하며 지내다 1년 뒤 상암동 사무실에서 많은 감독이 모였다. 그때 이현승 감독님처럼 묵묵히 끌고 나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어디였더라, 되게 곰팡이 핀 사무실이었는데….

장재현 내 사무실이었다…. 미쟝센영화제의 경우 기본 모토가 늘 ‘감독의,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영화제’다. 작품을 장르로 구분해서 감독이 직접 심사하고 또 감독들이 모든 결정 과정을 나누는 시스템은 미쟝센영화제가 세계 유일하다. 그렇기에 연대의식이 무척 강하다. 한번은 다른 감독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미쟝센영화제는 궁극적으로 산업과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충무로에 신인감독, 새로운 배우, 좋은 스태프를 계속해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단순히 영화인만의 축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중요한 지지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점을 반영해서 슬로건도 바꿨다. ‘What’s Next?’로. 다음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다.

- 집행부 전원이 현직 감독이다. 7명의 감독이 절치부심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트레일러 연출도 집행부가 현직 감독이기에 당장 투입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장재현 그런 지점은 확실히 원활하다. 하지만 그것을 빼면… 좋은 점이 있을까. (웃음) 감독들이 행정에 다소 약하다.

엄태화 그럼에도 미쟝센영화제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모두가 이해하기 때문에 이 영화제를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 무엇보다 단편영화를 출품하는 신인 감독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장재현 맞다. 영화제 주인공이 영화제가 아니라 감독 중심의 시스템이라는 게 작품 심사 과정에서도 굉장히 잘 드러난다. 감독마다 자기 기준과 취향이 확고해서 심사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정말 설전이 뜨거웠다. 다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은 작품이 여기서는 예선 탈락하기도 하고.

- <서울의 봄><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미쟝센영화제를 이어가라고 조언한 인물에게 그 공이 돌아간 느낌이다.

장재현 이현승 감독님과 김성수 감독님 두분 모두 미쟝센영화제를 너무나 사랑하는 분이시다. 어느 날 김성수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 이제는 너희가 할 차례라고. 더 적극적으로 주도해보라고.

엄태화 영화산업에서 오랫동안 막내급으로 있었다. 현장이나 감독조합을 가도 계속 막내 라인에 있었기에 내가 무언가를 주도해야겠다,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 가만히 돌이켜보니 감독님들이 미쟝센영화제를 처음 만드신 때가 30대 초반이더라. 사회적 연령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이젠 우리가 책임감을 가질 차례 였다.

장재현 두 감독님들께서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예를 들어 후원사를 대하는 마인드 같은 것들. 영화제 방향과 목표가 변질되지 않고 독립성을 보전할 수 있는 후원사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 주지훈, 박정민, 전종서, 김태리, 김다미 등 지금까지 영화제 심사단에서 보기 어려웠던 영 제너레이션 배우들이 함께한다. 보통 심사위원이라 하면 경력과 연령대의 기준이 높을 거라 생각하는데.

엄태화 미쟝센영화제 자체가 사회적 이름표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현승 감독님이 영화제를 운영하실 때에도 더 어린 세대가 편하게 올 수 있고 후배 영화인이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려 노력하셨다. 그런 영화제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재현 또 배우들의 업력과 구력이 생각보다 그렇게 적지 않다. 재미있었던 건 김태리 배우가 적극적으로 호러를 하고 싶다는 답변이 왔을 때였다. (웃음) 또 얼마나 흥미로운가. 김성수 감독, 이충현 감독, 배우 김다미 3인의 조합이라니. 이 셋이 박 터지게 설전을 나눴을 상상을 하면 재미있고. 주지훈 배우는 사회 드라마를 어떻게 보았을지도 궁금하다. 박정민 배우와 로맨스, 전종서 배우와 코미디 조합도 신선해 심사 결과가 기대된다.

- 올해엔 촬영상이 새롭게 신설되었다. ARRI와 SLRRENT가 공동 후원하는 ARRI 카메라&렌즈 세트와 5일 사용권 바우처를 부상으로 수여하기도 한다.

장재현 본래 촬영, 미술, 음악 등에 상을 수여하는 기술상이 있었다. 사실상 매년 촬영 영역이 상을 받아왔는데 마침 좋은 후원이 맞물려 보다 구체적으로 촬영상으로 구성했다. 시상 부문은 내년에 다음 집행부가 꾸려지면 언제든 새롭게 바뀔 수 있다.

엄태화 이러한 유연성이 미쟝센영화제의 큰 장점이다. 상황에 맞춰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고 수상 항목을 변형하기도 하고. 집행부와 심사위원을 맡은 감독들의 결정과 고민에 따라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언제든 가능하다.

- 올해 주관사로 <씨네21>이 함께한다. 긴 여정을 함께 걸어나가는 소회를 전한다면.

장재현 주관사가 다른 곳이 아닌 <씨네21>이어서 천만다행이다. 단편영화의 가치와 영화제라는 행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들과 사무국을 꾸려 실무를 함께하는 과정이 무척 원활하다. 행정적인 면까지 <씨네21>이 아니었으면 미쟝센영화제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엄태화 그러고보니 딱 지난해 이맘때 장영엽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했었는데. 너무 믿음직스럽다. <씨네21>이 계속되는 한 미쟝센영화제도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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