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영상위원회(이하 전남위)에서 주관하는 남도영화제가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전라남도 22개 시군을 순회하는 영화제의 올해 무대는 ‘빛의 도시’ 광양이다. “지역의 특색을 영화와 결합하기 위해 부단히 고민했 다”는 박정숙 부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은 지역색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광양의 ‘빛’과 ‘철’을 품은 컨테이너 특별관이 담긴 트레일러 영상만큼이나 영화 생태계의 기반을 다져 문화 다양성과 지역문화에 이바지하려는 시도들이 눈길을 끈다. 10월23일(목)부터 27일(월)까지 열리는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의 윤곽이 담긴 기자회견 소식을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전한다.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젝트
남도영화제 집행부. 강효석 전라남도 문화융성국장, 박정숙 부집행 위원장, 최수종 집행위원장, 정지혜·마르셀로 알데레테 프로그래 (왼쪽부터).
남도영화제는 전남위가 추진한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강효석 전라남도 문화융성국장은 이번 영화제가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관객들을 찾아가던 기획이 이제는 영화제가 지역을 찾아가는 형태로 확장된 결과물”이라고 밝히며, “영화가 더 많은 사람과 일상을 나누고 소통할 때 비로소 의미를 되찾는다”라는 신념을 덧붙였다. 이어 15년 가까이 전남위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최수종 집행위원장은 연기 워크숍을 진행하며 체감한 남도의 문화적 가치를 언급하며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영화제가 단순히 문화예술 차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를 살리고, 청년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심 속 상영관
올해 축제를 위해 광양시민광장, 광양문화예술회관, 전남도립미술관등 다양한 도심 속 공간들이 상영관으로 탈바꿈한다. 그중에서도 올해 남도영화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무대는 단연 스타인벡코리아 광양항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 특별관’이다. 형형색색의 컨테이너가 적재된 스타인벡코리아 광양항은 <서울의 봄> <극한직업> 등 ‘천만 영화’들의 로케이션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남도영화제는 이곳에서 <서 울의 봄>을 상영하며 지역이 가진 공간적 자산을 영화적 체험으로 전환하는 유일무이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작품을 감상한 이후에는 김성수 감독과 이성민·김성균·박훈 배우가 함께하는 토크 콘서 트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 로케이션에서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은 스크린 속 인물들에게 직접 촬영과 관련한 뒷이야기와 제작 과정을 듣게 된다. 최수종 집행위원장은 “컨테이너 특별관의 황홀하고 웅장한 풍경이 관객들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면서 “영화 같은 이런 장소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도의 상'을 그리는 프로그램
남도영화제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축제를 표방한다. 올해 경쟁부문 공모는 장편 78편, 단편 885편이 접수되어 지난 시즌에 비해 무려 50%가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단순히 작품 수의 증가가 아닌 다양한 장르·형식·주제를 아우르며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남도의 상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경쟁부문이 남도영화제가 주목하는 최신 한국 독립영화를 조망하는 섹션이 라면 비경쟁부문은 더욱 다채로운 영화적 경험을 위한 장이 마련되어 있다. ‘남도의 시선’ 섹션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영화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15편의 장·단편으로 이루어졌다. ‘남도 피크닉’ 섹션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윤석남 화백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핑크 문>을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강연 프로그램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남도의 삶과 예술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5인 4색 남도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정지혜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관객들에게 좀더 특별한 영화제 체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열정이 엿보인다.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하여
매번 개최지가 달라지는 영화제 모델은 자칫 지역 문화예술의 기류가 일회성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남도영화제는 지역민 중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남도 로컬 프로그래머’는 지역의 이야기와 사람, 공간을 영화로 잇는 문화 기획자를 발굴하여 지역 주도형 영상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올해 선발된 3인은 일곱 차례의 영화제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실제로 영화제의 한 섹션을 구성하는 작업에 투입된다. 이외에도 지역 독립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N개의 남도영화제’는 올해 광양여고 방송반 학생들과 함께 단편영화 <뷰파인더 너머의 여름>을 완성하였다. 본영화는 남도 스펙트럼 섹션 가운데 10대 청소년들의 영화를 소개하는 ‘남도 틴즈’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영화제가 뿌려놓은 지역 문화의 씨앗은 계속해서 생명력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