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메리앤 장밥티스트)의 신경은 자주 곤두서 있다. 동식물을 두려워하고 날마다 가구를 소독하는 그는 타인과 마주치면 날 선 지적을 일삼는다. 언니를 걱정하는 동생 샨텔(미셸 오스틴)은 어머니날을 맞아 팬지의 가족을 초대하는데, 이날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난다. <내 말 좀 들어줘>는 전형적 비호감으로 여겨지는 인물의 내면을 살피는 와중에 주변을 고루 둘러본다. 팬지의 남편과 아들의 심리를 클로즈업하며, 샨텔과 두딸이 소통하는 방식을 그린다. 마이크 리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구체화한 캐릭터들은 일상의 균열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이야기 안에서 저마다의 리듬으로 생동한다. <비밀과 거짓말>에서 차분한 호흡으로 인상을 남겼던 메리앤 장밥티스트의 연기가 복잡한 인물의 결을 살린다. 팬지의 돌출된 언행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폭소하다가도, 빽빽한 말 사이로 ‘내 마음 좀 봐줘’라는 요청이 들리면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