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DAYS>가 여타 아티스트 주연 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은 가리키는 방향이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6DAYS>는 얼마든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다. 밴드 DAY6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으며 DAY6는 “홍대 거리에서 직접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며 한번만 공연에 와달라”고 외치던 데뷔 초를 지나 월드 투어를 도는 싱어송라이터로 도약한 굴곡진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배고팠던 시절의 회고나 화려한 공연 영상으로 채워졌어도 무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6DAYS>는 멤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 새로운 환경에 던져놓는다. 절벽과 사막. 안 해본 것과 예상치 못한 사건을 6일간 경험하며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10년과 더 먼 미래까지 이야기한다. 낯선 영화작업이 성진, Young K, 원필, 도운에게 어떻게 남아 있을까. 네 남자의 진솔한 수다로 초대한다.
- <6DAYS>를 통해 모두 영화 연기에 도전했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와는 달랐을 텐데 어떤 점이 어렵고도 재밌었나.
Young K 연기가 익숙하지 않아 대사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감독님이 우리의 말투에 맞게 대사를 바꿔도 된다고 하셔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성진 진짜 내 모습과 영화 속 캐릭터인 나 사이를 오가는 게 쉽지 않더라. 그 점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운 어떤 매체든 우리만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점을 영화에서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원필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무려 데뷔 10주년 기념 영화로 기록할 수 있어 무척 뜻깊었다. 콘서트 후 바로 LA로 넘어가 촬영한 터라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평소 쉽게 가기 힘든 장소를 다니며 벅찬 추억도 많이 쌓았다.
- 영화는 다 같이 10주년의 소회를 두런두런 주고받다가 <예뻤어>를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해질녘의 모닥불을 앞에 두고 한 촬영이라 감상에 젖기도 했을 것 같은데.
도운 풍경이 정말 예뻤다. 또 이날 현지 어르신 몇분이 구경하러 오셨는데 남은 삶이 얼마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노래가 정말 좋았다고 해주셨다. 그 말씀이 마음 깊숙이 남아 있다.
Young K 이 앞에 들어간 신을 풀빌라에서 찍었는데 주인 어르신도 우리 노래를 듣고 무척 기뻐하셨다. 정말 뿌듯했고 큰 무대나 많은 관객이 아니어도 즐거워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원필 <예뻤어>는 DAY6를 세상에 알린 감사한 곡이다. 이 곡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다. 이토록 의미 있는 곡을 특별한 자리에서 부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성진 요즘 들어 새삼 10주년을 잘 헤쳐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그럴수록 ‘My Day’에게 고마운 마음도 더 커진다. 이 장면도 그런 감정을 품고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청청 패션을 소화한 <장난 아닌데> 시퀀스는 달리는 차 안과 버스, 길 한복판에서 촬영했다. DAY6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약간의 춤까지 담겨 자유로운 분위기던데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성진 실제로도 딱 그런 분위기였다. (웃음) <장난 아닌데> 뮤직비디오를 찍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Young K 2017년 그 시절을 재현하는 느낌? 그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나고. 그러면서도 흘러온 시간과 변화가 영상에 다 담겨 놀라웠다.
원필 감독님이 ‘자유롭게 놀듯이 해달라’고 디렉션을 주셔서 거기에 맞게 움직였다. 나도 옛날 생각이 나니까 기분이 묘했다.
도운 사실 이날 무척 더웠지 않나, 그래서 텐션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는데 스태프 분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고생하신다는 걸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 극 중 DAY6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나바호족(디네)을 도우며 이들과 인연을 맺는다. 함께 차를 나눠 마시고 언어를 배우는 모습에서 진심이 비쳐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Young K 정말 연기가 아니었다!
성진 촬영 중이라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았고.
Young K 부족 분들과 실제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그분들의 생활이 서울에서의 내 삶과 몹시 달라 그 차이에서 오는 즐거움이 컸다.
도운 내게는 ‘문화를 공유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필 ‘언제 또 이런 분들을 만나 전통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얘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촬영 내내 들더라.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 감사의 표시로 나바호족에게 모두 화살촉을 선물받는다. 여러분에게도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는 화살촉 같은 물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성진 당장 특별히 떠오르는 물건은 없지만 늘 나를 지켜준다고 믿는 게 하나 있다. 노력.
원필 가장 친했던 친구의 유품인 건반. 평생 간직할 거다.
도운 가방에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물해준 인형은 달고, 스티커는 넣어 다닌다. 그 작은 것들이 내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준다.
Young K 내게 화살촉 같은 존재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My Day’. 늘 DAY6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 <녹아내려요> 시퀀스는 꽤 높은 절벽에서 찍었더라. 화면에서는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겁나지 않았나.
도운 전혀 무섭지 않았다!
Young K 나도 무서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라 괜찮았다.
성진 거기가 무섭기보다는 설악산 권금성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
원필 나는 조금 무서웠는데…. 그래도 멋진풍경을 더 즐기고 싶어서 좀더 높은 데까지 올라가 봤다.
도운 높은 곳에서 바라본 경치가 진짜 장관이었다.
- 오래되고 작은 공연장에서 데뷔곡 <Congratulations>을 부른 장면도 인상 깊었다. 당시 무대는 어땠고 처음을 담은 이 곡이 지금은 어떻게 다가오는지 들려준다면.
원필 요즘 들어 이 곡을 공연할 때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이 장면을 촬영할 때 뭉클했고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촬영하면서 속으로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진 <Congratulations>은 평소에도 내가 참 좋아하는 곡인데 10주년을 맞은 지금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 무대 장면은 이 곡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느끼게 한 계기가 됐다. 여전히 자랑스러운 데뷔곡을 썼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울려 퍼진 사막은 쉽게 선택하는 여행지가 아닌 만큼 색다른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다. 버기카를 즐기는 모습이 짧게 지나가던데 실제로 모두 탑승했던 걸까.
성진 Young K 도운이를 제외한 셋이 탔다.
성진 상상 이상으로 짜릿했다.
Young K 살면서 타본 어떤 롤러코스터보다 강렬했고!
원필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 들어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지금 사막에서 버기카를 타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자체로 신기했다.
Young K 그래서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사막에 가면 꼭 버기카 체험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무지 덥고 모래바람도 심했지만 내겐 이곳에서의 시간이 잊지 못할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원필 사막 촬영이 쉽지 않다는 걸 입만 열면 들어오는 모래를 통해 실감했다. (웃음) 그래도 눈앞의 풍경이 워낙 멋지고 아름다워서 모든 게 괜찮게 느껴졌다.
도운 사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떠나기 전에는 ‘광활하기만 한 사막이면 두렵지 않을까’란 걱정이 앞섰는데 우리가 간 곳은 다행히 숲과의 경계선이 보여 안심할 수 있었다.
성진 살아생전에 사막을 가보다니…. 언젠가 이날을 돌이킨다면 분명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일 거다.
- 해변가를 나란히 걸으며 10년 뒤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도 지금처럼 함께하자고 다짐하는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다가오더라. 남은 2025년 하반기에 각자가 꼭 보고 싶은 모습이나 이루고 싶은 소소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Young K 10주년인 올해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다. 그렇게 만드는 데 <6DAYS>가 큰 역할을 했다. 8월 말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를 잘 준비해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
원필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게 활동하면서 나 역시 10주년의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도운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들에게 나도 고마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진 2025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고 가정한다면 아무 걱정 없이 활짝 웃는 우리의 모습이 담기길 희망한다.
DAY6의 나를 ‘녹아내리게’ 한 영화
성진 영상미가 뛰어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라이프 오브 파이>. 하지만 때로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스펙터클한 액션영화에 끌릴 때도 있다.
원필 영화를 특별히 가려 보는 편은 아니다. 다만 인생 영화를 장르별로 나눠보자면 로맨스 장르에서는 단연 <노트북>이다. 아직까지 이 작품을 뛰어넘는 멜로영화를 보지 못했다. 액션히어로물 중에서는 <다크 나이트>를 꼽겠다. 첫신부터 압도됐던 기억이 있고 크리스토퍼 놀런의 연출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근사했다. 모험 판타지 장르에서는 <라이프 오브 파이>. 나 역시 이 영화를 뛰어난 영상미는 물론, 보는 내내 다양한 상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그리고 <코다>도 빼놓을 수 없다. 유쾌함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라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도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만이 줄 수 있는 감성에 푹 빠졌다. 그중에서도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한다.
Young K <어바웃 타임>은 몇번이고 다시 본 영화다. 최근에도 봤다. 음악과 스토리, 고유한 질감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따스한 작품이다. 특히 비 내리는 야외 결혼식 장면을 좋아한다. ‘낭만은 비효율이다’라는 말에 걸맞은 장면이 아닐까. 모두가 즐기고 환하게 웃는다면 이런 비효율적인 상황도 낭만으로 뒤덮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DAY6와 ‘My Day’, 그리고 모든 분의 삶에도 결혼식 장면 같은 순간들이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