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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 2025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스케치
남선우 사진 백종헌 최성열 2025-07-04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고른 책입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온 이라면 한번쯤 이렇게 인사를 건네는 출판사 직원과 마주쳤을 테다. 개막 후 이틀간 도서전의 스타로 등극한 평산책방 지기는 교양 있는 리더를 염원해온 독자들의 소망에 응답하듯 다종다양한 서적을 들고 인증 숏을 남겼다. 전현직 대통령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것은 12년 만이다.

각 출판사 부스에서 ‘문재인 PICK’ 전단만큼이나 자주 눈에 띈 건 “서울국제도서전의 ‘믿을 구석’은 공공성”이라고 적힌 스티커였다. 도서전 주식회사화에 반대하는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가 마련한 것이다. 연대는 개막 당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고,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송경동 시인이 발언했다. “독서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행사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가 사유화할 수 있다고 여기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환희와 염려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맛집처럼 웨이팅이 필요한 부스들이 있었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갈피가 진열된 서점 유어마인드 부스다. 무제는 도서전 한쪽에 줄 서는 구역을 정해뒀고, 유어마인드는 입장 대기를 위한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신선한 풍경 뒤로 올해도 문학과지성사가 종이의 집을 세웠다. 이가은 마케팅팀 팀장에 따르면 그 안에서 가장 사랑받은 책은 <문학과지성 시인선 詩티커북>. 시인의 초상이 그려진 표지를 떼고 붙일 수 있는 이 굿즈를 공식적으로 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활자가 머무는 장소를 넘어 물성을 가진 놀잇감으로서의 책을 꿈꾸는 또 하나의 출판사를 발견했다. A홀 출구 부근에 자리한 텍스티였다. 판타지소설 <암행>을 펼친 조민욱 CP는 책날개를 책갈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화자마다 다른 종이 색깔을 적용한 책의 만듦새를 자랑했다. 읽고 싶은 책을 넘어 갖고 싶은 책들을 뒤적이다 보니 고대한 북토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거워진 가방을 품에 안고 둘러본 현장 사진을 여기에 공유한다.

‘믿을 구석’ 전시

고된 현실을 배회하다 종이 속 세상으로 도피해본 경험이 있다면 올해 도서전 주제에 무릎을 쳤을 것이다. ‘믿을 구석’은 도서전 한구석에 드넓게 구현되었다. 작가 추천 도서 170여권, 독자 추천 도서 230여권, 400여권이 꽂힌 새하얀 서가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손원평-정대건 대담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영화감독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7월 말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를 펴낼 손원평 작가와 도서전에 기해 <급류> 20만부 돌파 기념 특별판을 공개한 정대건 작가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와 소설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영화인으로서의 나와 소설가로서의 나를 나눈다기보다 두 가지 일이 내 안에서 어떤 합일점을 이룬 것 같다. 혼자 소설을 쓰다 보면 사람들과 영화를 찍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면 다시 혼자 있고 싶어진다.” 손원평 작가의 말에 끄덕이던 정대건 작가가 덧붙였다. “공감했지만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내가 영화를 위해 쓴 20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혼자 하는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김주혜 북토크

톨스토이문학상 수상작이자 영상화가 확정된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선보인 김주혜 작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발레리나다. 그는 일찌감치 차기작들의 테마도 정해두었다고 한다. “첫 작품은 한국인의 뿌리, 두 번째 작품은 예술, 세 번째 작품은 자연을 다룰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네 번째는 아직 집필 전이지만 신앙에 관한 것이 될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사랑을 주제로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내 모든 소설은 이미 사랑 이야기다.”

박찬욱-신형철 대담

신작 <어쩔수가없다> 음악 작업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박찬욱(오른쪽) 감독이 서울국제도서전에 들렀다. 각색이라는 실마리로 필모그래피를 돌아보기 위함이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창조적 각색의 역사적 사례”로 호명한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은 소설 <테레즈 라캥> <핑거스미스>를 영화 <박쥐> <아가씨>로 승화하기까지 쥐고 있었던 영감의 타래를 조금씩 풀어놓았다. 그가 영상화를 꿈꾸는 한국문학도 있을까? 박찬욱 감독은 “추진 중인 건 전혀 아니지만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답했다. “시리즈로는 <토지> <관촌수필>, 영화로는 <소년이 온다>를 희망한다. 김훈 작가의 소설은 다른 감독이 영화화했으나 그 엄격하고 단정한 문체만큼은 영상으로 흉내내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종이 도서관

문학과지성사 종이 도서관코엑스 A홀과 B1홀을 잇는 지점에 종이로 지은 집 한채가 들어서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부스였다. 이가은 문학과지성사 마케팅팀 팀장에 따르면 행사로 인한 폐기물을 줄이고자 2년 전 처음 시도한 종이 부스가 큰 호응을 얻었고, 올해 컨셉은 오래된 도서관이라고 한다.

현암사 팔순 잔칫상

올해의 이색 부스로 현암사를 빼놓을 수 없다. 출판사의 팔순을 축하하면서 독자들에게 공을 돌리기 위해 포토월 기능까지 하는 잔칫상을 차렸다. 굿즈로는 무지개떡 빛깔을 한 떡메모지를 준비했다고. 떡과 책을 양손에 든 이들이 ‘인생은 80부터’ 현수막 아래에 모여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전시

서울국제도서전은 디자인, 그림책, 만화·웹툰·웹소설, 학술 도서 총 4개 분야에 걸쳐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을 선정해 도서전 기간 중 전시했다. 개막식 당일에는 시상식도 열렸는데, 평산책방 지기로서 도서전에 걸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시상자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거부단

올해 민음사 출판그룹은 ‘상상독서단’ 컨셉으로 부스를 꾸렸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독자들이 모인다면 어떤 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가늠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거부단, 벽돌책 격파단을 지나 <씨네21> 독자들이 환영할 만한 푯말을 발견했다. 바로 영상 보기 전 원작 먼저 읽기 권장 협회! 아래 도서들로 (가상의) 협회 가입을 고려해보시길.

<안녕 주정뱅이>

이른 시일 내에 원작의 여운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의 첫 번째 수록작을 펼치시라. 단편소설 <봄밤>은 배우 한예리, 김설진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영화는 7월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술기운과 봄 내음이 공존하는 소설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작가의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영화화를 기념해 13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표지만 바뀐 것이 아닌, 무려 개정완결판이다. 김영사에 따르면 이 신간은 초판의 서사를 따르되 문단을 리드미컬하게 다듬었다고. 배우 수지가 사강, 이진욱이 지훈 역을 맡는다니 그들의 얼굴을 대입하며 다시 읽어보자.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지난 1512호에서 <씨네21>과 인터뷰한 일본 배우 아카소 에이지가 귀띔한 차기작은 공포영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원작은 2024년 ‘이 호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른 동명 소설이다. 작가 세스지가 긴키 지방 괴담을 수집하던 중 동료가 실종되었다고 알리며 연재한 모큐멘터리 형식의 인터넷소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독서 모임은 역시 ‘리즈의 북클럽’(Reese’s Book Club) 아닐까. 배우이자 제작자 리스 위더스푼이 이끄는 이 북클럽은 도서 기반 IP의 실험대로 등극한 지 오래다. 지난 4월 번역 출간된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도 그 수혜를 입었다. 미국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린 이 미스터리 스릴러는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으로도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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