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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의 휴먼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 정윤철, 정상진 감독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5-05-22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이 5월14일 개봉했다. 2022년 개봉한 <그대가 조국>의 속편 격이다. 엣나인필름의 대표이자 조국혁신당 홍보위원장을 역임 중인 정상진 감독, <말아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공동 감독을 맡았다.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개 봉한 한 정치인의 다큐멘터리는 어떤 의미일까. 두 감독은 이 영화를 정치다큐가 아닌 휴먼다큐로 설명한다. 정치인 조국, 법학자 조국이 아닌 사람 조국이 과 연 누구인지를 탐구하고자 했던 두 감독의 사적인 욕심이 영화에 깃들어 있었다.

정윤철, 정상진 감독(왼쪽부터).

- <그대가 조국>과 비교하면 상영관 수를 좀 확보한 편인지.

정상진 <그대가 조국> 때 200관 정도를 잡았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

정윤철 그게 문제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같이 개봉하니 톰 크루즈랑 싸워야 해. (웃음)

정상진 에이, 이 영화 만든 거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 아닌가.

정윤철 그러네. (웃음)

- 올해 1월 초부터 영화 기획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지금의 기승전결이 꾸려져 있던 것인지.

정윤철 처음부터 기승전결은 있었다. 초반 30분이 조국 전 대표가 겪은 수난이라면, 이후는 마음을 다잡아서 창당에 뛰어들고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얘기했던 총선에서 12석을 확보를 해내는 이야기니까. 비상계엄이나 수감 같은 온갖 위기상황이 닥쳐도 결국 시민과 함께 고난을 겪어내는 실화가 워낙 드라마틱하다 보니 서사의 골자를 꾸리기가 어렵진 않았다.

- 정상진 감독이 꾸준히 기록해온 영상 푸티지를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정윤철 감독이 공동 감독을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정상진 조국 전 대표가 12월12일 대법원 판결을 받은 후에 정윤철 감독이 SNS에 이 사건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당직자들과 조국 전 대표가 그 글을 보셨고, 이분이 지난 몇년간 이어진 일련의 사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침 전문 감독이 편집을 도우면 좋겠단 생각이 있었고, 정윤철 감독에게 연락해 함께해주길 부탁했다. 수락할 줄은 몰랐다. (웃음) 정윤철 감독은 사실 다큐멘터리보단 휴먼드라마 성격의 극영화를 주로 찍었으니까. 그런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조국 전 대표의 일상 영상이나 그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감정이 담긴 몇몇 영상을 보여주고 나니까 흔쾌히 함께하자고 하더라.

정윤철 사실 난 조국 전 대표를 직접 뵌 적도 없다. 나중에야 한번 면회에서 뵀지만, 영화를 만들 때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을 전혀 만날 수 없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정상진 대표가 찍어놓은 영상들, 그리고 조국 전 대표가 수감 며칠 전에 찍은 5시간 정도의 인터뷰 영상이 영화의 중심축이 되어줬다. <다시 만날, 조국>은 정치다큐멘터리라기보단 정치인이 주인공인 휴먼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조국 전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정치계에서 무엇을 잘했다는 이야기는 일종의 서브플롯이고, 메인 플롯은 조국이라는 사람 자체다. 실제로 영화에 <인간극장> 성우들을 캐스팅하려고도 했다. 살짝 B급 감성으로 “조국은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마쳤다!”라는 식의 내레이션을 넣고 싶기도 했다. (웃음) 여하간 <다시 만날, 조국>은 조국이란 사람의 개인사와 가족사 위주로 흘러가되, 그 과정이 시민과 역사와 계염과 탄핵이라는 정국과 만나는 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 그래도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클라이맥스로 등장하는 장면은 조국혁신당 창당대회 중 조국 전 대표의 연설 영상인 것 같다.

정상진 맞다. 대한민국 근현대사회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연설이었다. 이 부분을 정윤철 감독에게 보여주니 “형, 이것만 보여줘도 영화가 될 것 같은데?”라면서 잘됐다고 하더라.

정윤철 이 휴먼다큐멘터리의 핵심은 가장 비정치적이고 선비 같았던 사람이 어떻게 정치에 뛰어들어 진정한 정치인으로 변해가는지였고, 나도 그 과정이 궁금한 시민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전당대회와 창당대회 장면을 보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오를 정도의 강렬한 연설을 하더라. 놀라운 변화였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시절 수많은 야욕의 타깃이 되었던 희생양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 조국 전 대표가 정치인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속 개념인 포르투나(운명), 비르투(의지) 등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정윤철 마키아벨리의 군주는 권력만 좇는 나쁜 군주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군주론>에서 군주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조건이 나온다. 조국 전 대표가 본인의 SNS에서 강조했던 포르투나, 비르투에 더해 영화엔 두개의 요소인 네체시타(시대의 요구), 프루덴차(통찰력)를 더했다. 4개의 개념이 영화의 기승전결과 딱 들어맞더라. 가장 마키아벨리적이지 않았던 인물이 마키아벨리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이 한눈에 그려졌다. 극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보면 액션보다 리액션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 이와 비슷하게 조국 전 대표의 정치 일대기는 시대의 액션(요구)에 대응하는 리액션의 결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마키아벨리의 이론을 현대의 정치 상황에 빗대어 적용해보고 싶었다.

정상진 창당 과정에서 조국 전 대표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은 나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조국 전 대표가 겪은 포르투나의 비극은 영화를 만들면서 다시금 알게 됐다. 일단 난 영화인이니 큰 정치적인 부담 없이 조국 전 대표에게 영화도 만들고 이것저것 하자고 제안했는데, 정치계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조국과 함께한다는 일은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더라. 예를 들면 조국과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샤워하던 중에 갑자기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중앙 국세청 규모의 조사를 받는 사례가 허다했다.

정윤철 엣나인도 압수수색받고 꽤 고생하지 않았나.

정상진 그렇지.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다 가져가고. 그런데 <다시 만날, 조국> 나오면 정윤철 감독도 어떻게 될지 몰라. 조심해야 할걸. (웃음)

- 조국 전 대표의 인터뷰 영상이 영화에 등장한다. 수감이 결정된 이후 촬영한 인터뷰인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말했는지.

정상진 영화에 쓸 인터뷰를 찍어야 한단 얘기는 더 전부터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12월12일 판결이 나기 전에 인터뷰를 해버리면 어떠한 말도 가상의 생각을 가지고 거짓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신다더라. 그래서 판결이 난 다음날인 12월13일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대가 조국> 때는 조국 전 대표가 감독도 지정하고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번엔 내게 알아서 다 해보라고 하셨다. 개봉 시기를 대선 무렵으로 잡으라는 것 외엔 딱히 말씀이 없으셨다. 윤석열 파면이 2~3월에 될 거라고 모두가 예상했는데 4월로 미뤄지면서 시간을 좀 벌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3~4월에도 윤석열 석방 등 버라이어티한 일이 계속 일어나더라. 영화 내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웃음)

정윤철 그렇다. 현실은 언제나 영화보다 더하더라. 만약 조국혁신당이 만들어지지 않고 12석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204표로 가결된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부결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았겠지. 이순신의 마지막 12척의 배처럼 조국 전 대표가 만든 12석의 표가 큰 변화를 만든 거다.

- 조국혁신당과 조국 전 대표가 <다시 만날, 조국>에 어떻게 함께했는지도 궁금하다.

정상진 당이 개입한 부분은 거의 없다. 당이나 의원들, 주변 지인이 투자하겠단 말도 많았지만 전혀 받지 않았다. 하다못해 영화에 출연한 정경심 전 교수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셨다. 영화 투자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투자자들에게 영화도 보여줘야 하고 자율적인 영화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그랬다면 정윤철 감독도 공동 연출을 수락하지 않았을 거다. <그대가 조국> 때는 조국 전 대표도 조금 위축된 상황이다 보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으셨다. 그렇지만 이번엔 정말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다.

정윤철 영화에 나오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씀도 하시더라. “어차피 교도소에서는 이 영화 못 본다”라고. (웃음) 개봉할 때도 영화를 못 볼 테니 편하게 만들라고 하시더라.

- 영화를 비롯해 정치인 조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정상진 감독이 꾸준히 관여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정상진 창당 이틀 전만 해도 당 이름이 없었고, 조국 전 대표의 사진을 좀 쓰려고 해도 과거 사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제일 힘든 일은 새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웃음) 조국 전 대표는 그런 게 뭐 중요하냐고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다. 그런데 그분은 미국 유학 시절에 입었던 학생 와이셔츠만 입고 헤어스타일도 한 이발소에 20년 넘게 다니면서 똑같이 하고 계시더라. 평생 파마도 한번 안 해보셨단다. 그런 사람에게 옥스퍼드 셔츠를 입히고 헤어스타일도 정리시키려고 하니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정윤철 아니, 와이셔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정상진 당연하지! 조국 전 대표께서 “우리 아버님이 살아 계셨으면 당신 크게 혼났을 거다”라고까지 하시더라. (웃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혹독한 정치계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매번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런데 형(조국)은 대체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별 반응 없이 쓱 웃기만 하신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편집하고 완성하면서 그의 호흡을 따라가보니 알겠더라. ‘아, 이 사람의 꿈은 그냥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구나.’

정윤철 조국 전 대표는 자기 시점에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타자의 시점에서 바라본다. ‘내가 어떤 자리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겠다’라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거다. 그 마음이 <다시 만날, 조국>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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