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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위하여”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선우 사진 오계옥 2025-03-28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실 앞에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제22대 국회의원 강유정’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업계 현안을 전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 영화인들이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 유일의 문화예술 비례대표이자 평론가로 오래 활동해온 그를 향한 기대가 슬레이트를 형상화한 푯말에 어려 있다. 그에게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이슈를 비롯해 국회 차원의 객단가 정상화 로드맵에 대해 물었다. 3월 셋째 주를 지나는 지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다리며 연일 집회에 참석 중인 그는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 지난 2월27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되살아났다. 폐지 위기에 놓였던 지난해 12월10일 이후 두달여 만에 이끌어낸 변화다.

1월1일부터 영화관에서 부과금을 걷지 않았지만, 모두 예상했던 것처럼 관람료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상영관에 적극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관객과 영화계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 없이 극장사의 수익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빠른 상황 정리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에 영비법을 상정하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의원실, 특히 국민의힘 의원실에 법안 통과 필요성을 설득했다. 또한 참여연대,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와 함께 영비법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배포했다. 소위에서는 영비법 논의 직전 영화인연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영화인들과 문체위 위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영화 발전의 풀뿌리 재원인 입장권 부과금을 영화계에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 입장권 부과금 징수를 통한 영화발전기금 사수와 더불어 OTT 플랫폼·콘텐츠 관련 쟁점을 포괄하는 영비법 개정의 필요성도 피력해왔다. 어떤 접근법을 모색 중인가.

영비법 전면 개정은 지난 국회에서부터 여러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문체부가연구용역 중이며 의견 수렴 과정 중에 있다. 영화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숙고한 후 필요하면 법 개정에 나설 생각이다.

- 당선 후 객단가 문제에도 집중해오고 있다. 객단가 조정을 두고 맞서는 주체들간의 입장 차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객단가 문제는 영화계에서 오래 이야기되어온 현안이었으나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 통신사의 입장을 듣고,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방향을 도출해보려 했으나 계약서상 기밀이라는 이유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 상황이 한국영화와 관객,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어떤 피해로 돌아오고 있는지 구조적 영향을 조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통신사와 극장간 티켓 결제 금액 차액 문제는 단순한 영화계 내부의 손익 다툼이 아닌 부담금 탈루 문제이며, 한국영화의 미래를 계획하는 영화발전기금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지적했다.

- 말씀대로 지난해 10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국정감사에서 통신사 할인으로 인해 관객이 실제로 지불하는 영화 티켓 금액과 통합전산망 집계 금액 사이에 최대 4천원의 차액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질의 이후 극장, 통신사, 영진위로부터 사실관계를 전달받은 바 있나.

질의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최민희 위원장 주재하에 영화인, 극장, 통신사가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나 또한 참석했다. 현재는 각 극장과 통신사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에 있다.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섣불리 접근하기도, 이야기하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 관람권 가격 담합 행위를 조사 중이기에 의원실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사실관계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국정감사에서의 질의를 통해 국민과 정부에 해당 사안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10년 넘게 사용되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영화상영 표준계약서의 개정도 함께 검토하는 등 국회 차원에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객단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를 성문화하기 위한 법적 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편으로는 많은 관객이 표면적으로 높아진 영화 관람료가 다시 낮아지기를 바란다. 할인 금액이 적어지더라도 객단가를 관람료에 상응해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입장권 부과금은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 되살아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영화관 부과금에 ‘그림자 조세’ 프레임을 씌우며 폐지하려 했지만, 관객들은 부과금이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닌 한국영화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재원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해외 감독들도 내한할 때마다 한국 관객의 시네필적 기질을 언급하곤 한다. 한국 관객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판별하는 안목이 높고, 좋은 작품은 기꺼이 재관람하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18년 만에 재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이나 장르영화인 <서브스턴스>의 흥행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객단가 현실화는 단기적으로는 관객 부담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제작사와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수익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더 좋은 작품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결과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린다면 관객들도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

- 현 정국을 둘러싸고 산적한 과제가 많아 객단가 문제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해 객단가 정상화에 일조하기 위한 로드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지난해 12월3일 계엄령 이후 대한민국의 시간은 멈추어 있다. 산적한 모든 현안들은 논의를 멈추었고 국민들은 안온한 일상을 빼앗긴 상태다. 법원이 구속 취소로 윤석열을 석방하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국민들의 좌절감과 불안함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금은 국민들과 함께 광장에서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새 정부가 꾸려지고 모든 일상이 정상화되면 국회의 시계도 다시 돌아가리라 전망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객단가 이슈는 일시적으로 논의 속도가 조정되긴 했다. 그러나 문체위와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객단가 이슈가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유관 상임위가 모여 토론회도 개최한 만큼 현재 국회 차원의 중지가 모아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헌정 질서가 회복되고 모든 일상이 제자리를 찾는 즉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깜깜이 정산’에 관한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더욱 빠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영화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 시절을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광장을 채운 시민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한편을 꼽는다면.

2016년에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추천하고 싶다. 비정한 복지제도의 높은 벽에 부딪힌 다니엘 개인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타인과의 연대와 우정이 결국 버틸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전하는 영화다. 12·3 내란 이후 하루하루 서로의 곁을 내주며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제도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라는 간명한 진실을 다시 확인하며, 우리가 끝내 서로를 지켜내리라는 믿음에 확신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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