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웃 사촌, 당신은 내게 영웅입니다"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히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두 아이와 함께 런던에서 이주한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도움을 주게되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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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1more
2016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로카르노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의 화제작!
15분 간의 기립박수! 전세계 평단과 관객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 필견의 영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은 영화 거장들의 대거 귀환과 묵직한 중진들의 각축으로 누가 최종 황금종려상의 주인이될지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라인업들로 가득했다. <패터슨>의 짐 자무쉬부터 <줄리에타>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언노운 걸>의 다르덴 형제, <단지 세상의 끝>의 자비에 돌란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명감독들의 신작들이 대거 포진해 경합을 벌였다. 한 작품 한 작품 그 베일을 벗고 관객과 평단에 소개될 때마다, 탄식과 환호, 기대치와 다른 안타까움 등 저 마다 각기 다른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도 환호와 실망 그 화제의 한 가운데 있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한 올 칸의 선택은 영화인생 5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결같이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이주민, 노동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린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이로써 켄 로치 감독은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역시 켄 로치” 라는 거장 감독의 위상과 함께 칸 역사상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7명의 거장 감독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칸의 쾌거 이후에도 로카르노영화제,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관객상 수상, 벤쿠버영화제에서는 국제장편영화 인기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뉴욕영화제, 토론토영화제, 시카고영화제, 하와이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소개되면서 평단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명실공히 2016년 올해 ‘최고의 영화’, ‘마스터피스’로 켄 로치 감독 영화 인생의 최고의 정점을 찍게 된다. 국내에도 개봉 전 소개 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회 상영 전석 매진뿐 아니라 추가 상영 1회까지 매진을 기록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거장’이라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감동 입소문으로 올 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자국인 영국에서는 지난 10월 21일 개봉해 개봉주말 영국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고, 감독의 첫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의 스코어를 훨씬 뛰어넘는 기록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프랑스에서는 개봉 후 3주동안 상업영화 틈바구니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10위권 안에 머무는 등 필견의 작품으로 전세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평범한 이웃에서 특별한 나의 영웅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2016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현 영국 사회의 부조리한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온기와 감동으로 채우고 있다. ‘가슴을 울리는 한 방! 충격과 동시에 감동적이다!’(The Times),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스토리텔링’(The Hollywood reporter),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강력하고 감동적'(Harvard crimson), '켄 로치의 화법은 직설적이고, 위엄 있으며, 잔인하게도 감동적이다!'(The Guardian)등의 찬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뚝심과 한결같음으로 이루어낸 거장 켄 로치 감독의 귀환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Hot Issue 2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칸영화제 13번째 초청, 2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 켄 로치
더욱 뜨거워진 인간애, 간결하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마스터피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라는 가슴 뭉클한 수상 소감을 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사람들에게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이다”라는 날선 비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BBC에서 TV다큐 작업을 시작으로 방송과 영화 두 곳을 부지런히 오가며 다소 거칠고 불편한 사회,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어 온 켄 로치 감독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인 약자들 편에서 관찰자로 때론 대변자로 세상을 향한 일침을 영화에 담아내고 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영국과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를 넘어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미국 그리고 여전히 혁명의 불씨와 연대를 꿈꾸는 니카라과까지 종횡무진 움직인다. 그들은 알코올 중독자 ‘조’라는 이름으로, 춤 잘추고, 노래하는 혁명 여전사 ‘칼라’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계급의 청년문제, 빈곤의 악순환이 주는 가난의 무게, 빵과 권리를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이민자들의 그늘진 일상 이라는 문제를 영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끊임없이 환기시켜주었다. 남편의 실직과 복지 정책의 헛점으로 홈리스가 될 운명에 처한 캐시의 이야기를 다룬 <캐시 집으로 오다>(1966)를 시작으로 딸의 첫 번째 성찬식에 입힐 드레스를 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직 배관공 아빠의 하루 하루를 다룬 <레이닝 스톤>(1993), 이주 노동자들의 생계와 존엄적 권리를 다룬 <빵과 장미>(2002), 아일랜드 독립의 역사적 광풍앞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 형제 이야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착취당하던 주인공이 가해자가 되어 다른 이를 착취하게 되는 신자유주의 세계의 서늘한 현실을 그린 <자유로운 세계>(2008), 가족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는 청년 백수 아빠와 루저 친구들 이야기인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2012)까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주제의식과 세계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해진 소외계층 각각의 군상들을 유머와 눈물, 조롱과 폭소로 담아낸 켄 로치 감독이야말로 리얼리즘 영화의 진정한 이야기꾼임을 알 수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역시 약자와 소외계층의 안전망이 되어야 하는 복지정책이 운영자 위주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전락한 영국의 현실을 조롱과 위트,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비전문 엑스트라들의 구성으로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켄 로치 감독은 목수 출신의 다니엘이 디지털 문서화에 실패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답답한 현실에도 위트와 유머를 통해 페이소스를 담아내기를 잊지 않으며, 선동적 화법의 화석화된 프로파간다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나를 도와 주는가, 나는 이웃의 사정을 알고 있는가? 같은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운동적 거대 담론은 결코 해내지 못할 더욱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낸다. 이것은 주류도 아니고, 상업영화 감독도 아닌 온전히 켄 로치 감독의 세계에 속한 영화적 성과인 것이다.
About movie 1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각본가 폴 래버티, 프로듀서 레베카 오브라이언 등
켄 로치 드림팀이 만들어낸 걸작!
켄 로치 감독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귀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각본가 폴 래버티, 프로듀서 레베카 오브라이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켄 로치 감독의 1996년 작품 <칼라 송>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각본과 폴 래버티는 이후 켄 로치 감독과 함께한 <달콤한 열여섯>으로 2002년 칸영화제 각본상, <자유로운 세계>로 2007년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켄 로치 감독과 13번째 호흡을 맞추며 단순한 작업 파트너 그 이상의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폴 래버티. 그는 시나리오 작업 당시 실직자, 노숙자,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 의사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가감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각본을 만들어 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등의 프로듀서이자 켄 로치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 레베카 오브라이언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또 한번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레베카 오브라이언은 “폴래버티를 비롯한 저희 크루들에게는 시류에 맞추어 현실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고민할 여지 없이 박차를 가했다”라는 말로 기획의도를 밝혔다.
켄 로치 감독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지미스 홀><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빵과 장미> 등을 통해 호흡을 맞췄고, 아카데미 음악상에 5차례 노미네이트됐던 영화 음악의 거장 조지 펜튼이 또 한번 호흡을 맞췄다. 특히 켄 로치 감독의 영화에서는 스토리텔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인상적 음악이나 노래의 등장을 빼놓을 수가 없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감독의 1991년 작인 <하층민들>에서는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 <내 이름은 조>(1998)에서 등장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달콤한 열여섯>(2002)에서 등장하는 더 프리텐더의 ‘I will stand by you’에 이어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감미로운 왈츠풍의 ‘항해 Sailing By’가 등장한다. 영국의 작곡가 로날드 빈지(Ronald Binge)가 BBC 라디오 새벽 일기 예보 시그널 뮤직으로 작곡한 곡으로, 영화 속에서는 다니엘이 케이티의 가족 앞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를 회상하는 시퀀스에 등장해 케이티에게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켄 로치 감독의 초기작 <레이닝 스톤>(1993)에서부터 현재까지 십 수 편의 작업을 함께해 온 편집자 조나단 모리스, 프로덕션 디자이너 퍼거스 클레그가 참여해 단연 드림팀 최고의 호흡을 선보인다. 2011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폭풍의 언덕>으로 촬영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로비 라이언도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지미스 홀>에 이어 참여해 켄 로치 사단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About movie 2
“평범한 이웃 사촌, 당신은 내게 영웅이었습니다”
전세계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영웅을 만나다!
실제와 같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데이브 존스와 헤일리 스콰이어에 이목 집중!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지닌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주의파 감독이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정책인 영국의 ‘대처리즘’을 끊임없이 비판해온 감독은 홈리스, 노동자, 실직자들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사회적 소재를 자신의 영화에 녹여왔고 항상 약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 다니엘과 케이티는 50년 전의 ‘캐시’보다 더한 곤경에 처해있으며, 정치적으로 훨씬 잔인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매일같이 고용센터를 드나들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다니엘과 런던에서 뉴캐슬로 이주한 케이티는 한 사회의 복지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케이티는 감독의 전작 <레이닝 스톤>(1993)에 등장했던 성찬식을 앞둔 7살 소녀 콜린의 20년 후를 연상하게 하는 캐릭터로, 실직 노동자의 가정에서 대물림 된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심장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실업 수당을 받으려 고용센터를 드나들면서 곤욕을 치르는 주인공 다니엘은 그 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케이티를 만나게 되고 든든한 이웃이 되어 준다. 다니엘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세심한 배려로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인간이자, 신념을 잃지 않는 영웅이다.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히고 만 다니엘은 자신을 찾아온 케이티의 딸 데이지를 만나길 거부하고, 데이지는 “우릴 도와주셨죠? 저도 돕고 싶어요"라는 말을 남긴다. 다니엘이 케이티의 가족에게 전한 온기가, 다시 다니엘을 살게 한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진 위로의 힘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켄 로치 감독의 드라마는 언제나 관객들의 심장을 묵직하게 뒤흔들지만, 영화의 주인공들은 웃고, 떠들고, 구호를 외치고, 욕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싸우고 오늘을 살아간다. 모두 한번쯤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거나 본 적 있는 캐릭터로 생생함을 전하는데, 관객들이 이들에게 공감하게 되는 것은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캐릭터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 중엔 다수의 실화 속 인물들도 있을뿐더러, 제작진은 현장에서 직접 채집하고 관찰하고 발견한 이야기로 드라마를 시작한다. 켄 로치 감독이 기성배우 보다는 비 전문 배우 기용을 우선하는 것도 이 이유다. 그들이 실제로 겪는 삶을 그대로 반영해 연기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그의 영화는 더욱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 역의 데이브 존스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배우로, 전통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노동계층으로 그 경험에 뿌리를 두고 실제 코미디가 그로 인해 우러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이브 존스는 가구 만드는 일을 했던 아버지의 경험으로 캐릭터의 배경에 더욱 스며둘 수 있었고, 무엇보다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고 유머러스 하면서도 섬세한 뉘앙스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력을 가졌기에 적격이었다. 케이티 역의 헤일리 스콰이어 또한 남부 런던에서 자랐고, 14살 때 소도시로 이사온 경험, 노동계층에 속했던 이력들을 바탕으로 연기했다. 현실 속에서도 똑 부러지는 캐릭터를 가진 이 배우는 현실을 직시하지만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강단 있는 케이티 역으로 완벽히 분했다. 더불어 강한 모성애를 가지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엄마의 입장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배우의 발견’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Director
켄 로치 Ken Loach
Interview
어디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건가?
나는 언제나 제 고향에서 넌이튼에서 뭔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폴 래버티와 함께 거기서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캐롤 갤러퍼라는 친구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도어웨이’의 운영을 조금 돕고 있는데, 그 친구가 나와 폴에게 여러 이유들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소개해줬다. 일부는 불안정한 임금으로 일하거나 살 곳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젊고 아주 씩씩한 청년이었는데, 우리를 자신의 방에 초대했다. 도어웨이에서 제공하는 공동주택이었는데, 그 친구의 방은 아주 열악한, 디킨슨의 소설에서나 볼 법한 환경이었다.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고, 냉장고가 하나,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폴은 그에게 냉장고 안을 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 친구는 “안 돼요”라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우유도, 비스킷도 아무것도 없었다. 음식 없이 견딘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냐는 물음에, 그는 지난 주에는 4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건 완전 배고픔 그 자체고, 그는 정말 절박했다. 그는 한 업체에서 일하는 친구의 얘기도 해줬다. 친구는 원래 5시까지 출근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6시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그에게 업체직원은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15분이 지나서 돌아와서는 “오늘은 일감이 없네요”라고 말했다는 거다. 그 친구는 한 푼도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끝이 보이지 않는 모욕과 삶의 불안정성 같은 것들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그럼 그 동안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을 텐데, 전반적인 내러티브 작업은 어떻게 했나?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우리는 우리가 젊은 청춘들을 위해 할 일을 다 했다고 느꼈다. 노인 분들의 역경도 봤고, 자주 눈에 띄지 않고 사라지는 생각들을 접하기도 했다. 일할 나이가 다 되어가는, 숙련된 육체노동자 세대들이 있다.
그 세대의 어르신들은 주로 건강에 문제가 있고, 다시 일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 몸을 파묻고 이것저것 조금씩이라도 일할 만큼은 민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분들은 좀 더 전통적인 과정의 일에 적응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길을 잃은 거다. 그들은 요즘의 기술 같은 걸 전혀 다룰 줄 모르고, 신체적으로도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고용 및 지원 허가에 관해서 평가를 받을 때 맞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불가해한 관료제도와 구조는 그들을 패배자로 몰아간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매우 많이 들었고, 폴은 그렇게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생존을 위한 사람들의 분투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바로 시작점이었다. 국가 가장 중심부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규정과 관료제의 쓰임, 국제적으로도 비효율을 야기하는 관료제, 정치적인 무기로서 “당신이 일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직업을 찾지 않으면 당신은 고통 받을 겁니다”와 같은 의도적 잔인함들을 일상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분노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현재의 시류를 반영한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 이야기가 매우 광범위한 맥락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빈민 구제법이 생겨난 시점으로 돌아가 ‘빈곤을 겪을 만하다, 그렇지 않다’를 고민하던 시대 말이다. 노동계층은 빈곤에 대한 두려움에 내몰리며 일해야 했고, 부자는 어느 때보다 더 큰 보상으로 뇌물을 바쳐야 했다. 정치적 기득권층은 사람들이 최저임금과 가장 위험한 직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도록, 의도적으로 굶주림과 빈곤을 들먹였다. 빈곤층은 자신의 빈곤함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았고,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유럽과 다른 전세계에서도 목격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토리가 관료제의 폐해에 대한 것이네요. 어떻게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수 있었나요?
내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관료제를 이야기하려는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다. 책상을 가운데에 놓은 사람들의 관계, 혹은 전화상으로 말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서브텍스트를 읽는다면 당신은 전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그 관계가 얼마나 웃긴지, 얼마나 잔인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비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빈민층은 그들의 빈곤을 탓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지배층을 지켜주는 핵심이다.
현실에 어떤 변화를 불러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작품을 작업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경우는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깨워라 Agitate, 교육해라 Educate, 조직하라 Organise’라는 구절이 있다. 먼저 영화로 일깨울 수 있다. 교육을 많이 시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그리고 조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일깨울 수는 있다. 그리고 나는 일깨우는 것이 아주 중대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것을 참고 넘어가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은 갈등이 내포된 상황에 갇혀있게 되는데, 이것이야 말로 드라마의 아주 중요한 에센스다. 나는 적절히 사용된다고 가정할 때, ‘분노’가 매우 건설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노는 관객들의 마음에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어떤 것과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에 도전해야 할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Writer
폴 래버티 Paul Laverty
Interview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사람들은 30% 이상의 복지 관련 지출이 사기로, 혹은 누군가가 부당하게 취한다고 믿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0.7%의 금액만이 잘못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우익 언론이 주도하고, TV 프로그램들이 그 시류에 편승해 후방을 맡아 온 ‘복지 반대’ 캠페인은 우리를 현혹시켰다. 이러한 캠페인으로 사람들은 복지대상자들을 동정하며 그들을 타자화시켜 그들의 고통을 그저 스펙터클한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또 하나의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면, 오직 3%의 예산이 실업자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되는 가운데, 보수당의 우세 선거구에 속하는 고령자들이 예산의 42%에 달하는 연금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사를 하던 중 ‘보복성 퇴거’에 관해서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면, 거주자가 ‘만용’을 부려 거주지의 열악한 상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그 거주지에서 내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일례로 ‘사회 정화’의 일종으로 빈곤층을 수도권 밖으로 이동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어도 50년 전에 우리가 제작했던, <캐시, 집에 오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극 중 다니엘이 질병 수당 수령 대상자에서 탈락한 에피소드에서 탄식을 금치 못했다
분노에 찬 한 젊은 의사가 전한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환자 중에 한 암환자는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는 ‘노동 가능’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는 그가 집에서 쓰러져 응급차를 불렀지만 그는 복지 제재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해 응급차에 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 가능’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1주일에 35시간 근무할 것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서는 하나의 일자리에 40명이 몰리기도 하고 하나의 일자리에 기본적으로 2.5회~5회 고용자가 변경된다고 하니, 시시포스가 영원히 돌을 굴릴 수밖에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것과 흡사한 현실이다.
캐릭터가 처한 환경을 보며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와 케이티는 우리가 만난 중 어떤 사람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저 현실을 베껴서 푸드 뱅크 혹은 실업자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을 ‘각본’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댄과 케이티는 둘 다 완전히 허구인 동시에 우리가 만난 모두가 그 두 캐릭터에 스며들어있다고 볼 수 있으며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복지’라는 이름으로 잘못 명명된 연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