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명망 높은 레키 가문의 며느리인 엠마(틸다 스윈턴)는 부와 명예, 완벽한 가정과 아름다움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 엠마의 삶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불쑥 찾아오며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가부장적 전통 속에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아들의 친구이자 열정적인 요리사 안토니오(에도아르도 가브리엘리니)와의 만남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오랜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엠마의 몸짓은 모종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영화 <아이 엠 러브>는 재벌 상류층이라는 화려한 외관 아래에서 억눌린 욕망이 어떻게 분출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단순한 불륜 로맨스 서사를 넘어 개인의 욕망과 자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통과 파격, 욕망과 억압, 개인과 가족, 사랑과 책임의 얽히고설킨 지점을 건드리는 작품으로, 클래식 음악과 건축적 미장센을 유려하게 활용한 감각적 연출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존 애덤스의 음악은 인물의 내면을 대변하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도시 저택의 질서정연한 공간과 자연으로 표상되는 해방 이미지의 대비는 인물의 심리 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틸다 스윈턴은 엠마의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하며, 욕망과 갈등을 하나의 표면 위에 담아낸다. 엠마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관능적이면서도 비극적이다. 영화는 그 비극의 필연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방을 향한 몸짓 자체가 지닌 의미를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