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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 안에 무난하게 머무른다, <고백>

지용(양익준), 아사이(이쿠타 도마), 사유리(나오)는 대학 시절 절친한 사이였지만 16년 전 사유리가 조난을 당해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관계는 균열을 맞이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사유리를 추모하기 위해 등반에 나선 지용과 아사이는 뜻하지 않게 눈보라에 휩쓸려 조난을 당한다. 부상을 입고 죽음을 예감한 지용은 자신이 사유리를 죽였다는 고백을 유언처럼 남기고, 아사이는 충격에 빠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근의 산장을 발견한 두 사람은 그곳에 머물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사유리를 죽였다는 고백이 폭로된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점차 광기의 늪으로 빠져든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립된 산장 안, 두 사람의 시간이 위태롭게 흘러간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백>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불신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심리 스릴러물이다. 비교적 짧은 75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제한된 시공간과 최소한의 인물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하룻밤이라는 시간과 외딴 산장이라는 장소, 주요 등장인물도 사실상 두명뿐이지만 두 인물간의 감정의 소용돌이는 결코 미약하지 않다.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 싸움은 단순한 생존 게임을 넘어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아사이와 다리를 다쳐 움직이기 힘든 지용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불균형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관객은 마치 그 폐쇄적인 시공간 안에 직접 갇힌 듯한 답답함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 산장 안을 감싸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공포감을 배가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지용 역을 맡은 양익준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똥파리>에서 보여준 거친 감성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결을 보여준다. 오직 생존 본능과 광기만 남은 지용이라는 인물을 섬뜩하고 강렬하게 표현한다. 이쿠타 도마 또한 지용과 대립하며 깊은 혼돈에 빠지는 아사이의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세심히 그려낸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린다 린다 린다> 등 기존 연출작에서 보여줬던 따뜻한 감성과는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 극한상황에 놓인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다만, 원작의 설정이 가진 매력을 기대만큼 살려냈느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정된 공간과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나름의 몰입감을 유지했지만, 군데군데 심리묘사가 다소 피상적인 인상을 준다. 또한, 후반부 전개는 초중반의 심리전과 대비되어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클라이맥스의 전율을 꾀하는 정교한 연출의 부재가 아쉽다. 그럼에도 인간 내면의 불안과 광기를 그려내는 킬링 타임용 스릴러를 찾고 있는 이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제5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8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close-up

“사유리는… 내가 죽였어.”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지용의 ‘고백’이 드러난다. 본디 주인공의 고백은 모종의 반전 요소로서 극 중·후반부에 등장하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지용이 사유리를 죽였다는 고백은 서사를 본격적으로 작동케 하는 핵심 연료와 같다. 영화를 다 본 뒤 초반부의 이 장면을 다시 보거나 떠올리게 된다면 색다른 감상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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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우스> 감독 로버트 에거스, 2019

외딴 공간의 광기 어린 두 남자와 둘간의 팽팽한 긴장감이라는 <고백>의 키워드는 공포영화계의 젊은 장인 로버트 에거스의 <라이트하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고백>을 보고 나서 한결 더 센 맛이 궁금하다면 <라이트하우스>를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에거스의 뛰어난 연출도 일품이지만, 윌럼 더포와 로버트 패틴슨의 강렬한 연기에 단숨에 사로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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