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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영계 연구가 이광훈 감독
2002-06-21

때로는 귀신이 우릴 돕기도 한다

충무로에서 영계(靈界)에 가장 통달한 이로는 이광훈 감독이 꼽힌다. 그가 이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은 <패자부활전>을 만들던 1996년 무렵. 어느 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던 그는 술 취한 트럭이 옆 차를 받는 광경을 보게 된다. 옆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사고를 본 그는 ‘저 일이 내게 일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결국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 그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고민을 한다. 그뒤 그는 초현실적 세계나 기에 관한 공부를 했고 법사, 무당, 목사 등 갖가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유령이든 귀신이든, 아니면 현대과학의 에너지든 용어만 다르지, 지칭하는 바는 같다”는 것이 그의 결론.

어쩌면 그는 기질적으로 이런 세계가 가까운지도 모른다. 데뷔작 <닥터 봉>을 준비하던 94년, 한석규의 상대 여배우 캐스팅 문제로 그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한석규와 김혜수가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당시 귀신 같은 것은 믿지 않고 있었지만, 왠지 조짐이 좋아 그녀를 캐스팅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자귀모> 때는 종로에서 조감독들과 함께 UFO의 편대비행을 목격하는 등 귀신들을 여럿 만났다.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 특히 아비드 편집작업을 했던 스탭은 영화 속 ‘백짓장’의 캐릭터를 살리는 편집을 위해 유난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겨우겨우 편집을 마치고 나자, 편집기 화면 속 ‘백짓장’이 “언니, 고마워”라고 말하더라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이런 신비스런 존재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탐구함으로써 활용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는 충무로 최고의 기 연구자답게, 악령에 씌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천년호>를 준비중이다.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1)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2)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3)

▶ 충무로 영계 연구가 이광훈 감독

▶ 괴담의 해외 사례들

▶ 원귀의 본산, 서울종합촬영소

▶ 영상원의 유령 목격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