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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프리뷰] 아노라 Anora
조현나 2024-10-07

션 베이커 / 미국 / 2024년 / 140분 / 아이콘 10.07 BH 20:00 / 10.10 C6 20:00

애니(마이키 매디슨)는 ‘아노라’라는 가명으로 뉴욕의 스트립 클럽에서 일한다. 어느 날 그에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 반야(마크 에이델쉬타인)는 유흥을 즐기는 러시아 재벌 집안의 청년인데, 러시아어에 능한 아노라에게 흥미를 보이고 클럽 밖에서의 만남을 제안한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낸 지 오래지 않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충동적으로 혼인 신고를 한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반야의 부모는 아노라를 찾아가 경멸이 담긴 협박을 건넨다. 유쾌한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흘러가던 <아노라>가 경로를 틀어 여긴 더이상 꿈의 장소가 아니라고 경고하는 순간이다.

숀 베이커 감독은 <스타렛> <탠저린> <레드로켓> 그리고 <아노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성노동자들에게 주목해왔다. 이들의 노동과 삶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 태도의 바탕엔 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접근이 바탕이 됐다. <아노라>도 클럽 안팎의 아노라의 삶을 동시적으로 조명하며 그가 처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애니와 반야의 로맨스 소동극처럼 흘러가던 전반부는 후반부에 들어 스트리퍼 아노라의 권리 투쟁으로 나아간다. 실상 아노라가 기대한 건 계급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랑’을 외치던 이반과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나 아노라가 그 사랑의 실체를 목도했을 때 영화는 손쉬운 위로를 던지지 않으며 이 섬세함이 <아노라>가 지닌 미덕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크림> 등에서 활약한 마이키 매디슨은 이번 작품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공고히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션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로 2024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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